10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 촛불 및 태극기 세력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와 국민 통합이 수십 년 후퇴할 수도, 그와 달리 질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헌재(憲裁) 선고는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뒤 92일 만이다. 8명의 재판관 모두 법리와 양심에 따라 역사와 국민 앞에 떳떳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그들의 결정은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 당장 국내 및 세계, 그리고 후세의 평가까지 받게 된다.

그럼에도 탄핵 찬반 세력은 마지막까지 재판관들을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는 8일부터 11일까지 ‘3박 4일 집회’에 들어갔다. “헌재는 자멸하지 말라” “죽을 때까지 합시다” 등의 테러 협박과 자해 선동도 나온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도 9일 오후 7시 촛불집회를 열고 헌재 쪽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선고일에도 집회를 계속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경찰은 10일 불복 시위 등에 대비해 서울지방경찰청에 가용 경찰력 100%를 동원하는 갑호 비상령을 발령했다.

이런 집회 계획은 유사시 불복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재 선고에 불복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헌법을 위반하고, 국기를 어지럽히는 행태다. 이미 지난 3개월 이상 길거리 정치가 대의민주주의를 압도하고, 제도 정치권이 장외 갈등을 수렴하기는커녕 부추기는 참담한 ‘정치의 실패’를 목격했다. 올해로 민주화 30년을 맞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하려면, 이번 헌재 선고가 이런 악습을 청산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이런 충정으로 헌재의 선고를 냉철히 지켜보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도리(道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