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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경 ‘오늘도 비움’

“집 곳곳의 여백을 바라보다 보면 가끔 생각이 정지된 기분을 느낀다. 무념무상의 상태가 명상이라면 나는 분명히 예전보다 명상에 자주 잠긴다. 순백의 도화지 같은 벽을 보고 있으면 말 그대로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잠이 들기 직전까지도 무언가를 생각하는 나에게 가끔 찾아오는 그런 쉼표가 고맙다.”

칼럼니스트 신미경 작가의 ‘오늘도 비움’(북폴리오)의 한 구절이다. 책은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덜 갖고, 덜 쓰는 단순한 삶, 미니멀리즘이 잔잔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나온 우리 필자가 쓴 심플라이프 책이다. 이제까지 심플라이프 관련 책 대부분이 유럽이나 일본 필자들이 쓴 책이었기에 ‘오늘도 비움’은 참 반가운 책이다.

쇼퍼홀릭이자 워커홀릭으로 20대를 보낸 저자가 ‘비움’에 마음을 돌린 것은 4년 전. 그때 저자는 강도 높은 업무에 늘 지치고 피곤해 스트레스도 심했다. 마음에 여유는 부재중이었고 더 많은 성취와 보상을 꿈꾸며 조급해했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특효약은 쇼핑이었지만, 효과는 대개 일주일을 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몸과 마음이 견딜 수 없었는지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그는 난생 처음 생의 유한함을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되었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고민하게 됐다. 그 도착지가 심플라이프, 적게 소유하기이다.

책에는 단순한 옷장(사진) 등 4년차 미니멀리스트인 저자가 실천해온 ‘심플’한 의식주 같은 구체적인 문제를 하나하나 다루지만, 단순한 정리 기술을 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한 삶의 과정은 결국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곁에 남기기 위한 여정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들만 남기다 보면 자기 취향이 살아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거기서 우아함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물건을 비워낼수록 취향을 채운다는 ‘멋스러움’의 역설이다. 이 같은 생활의 비움은 물건뿐 아니라 관계이든, 사람이든 무리함으로부터의 탈출로 이어진다.

“남과 자신으로부터 거절하지 못한 물건들을 끌어안고 지내는 것은 거절하는 일보다 훨씬 쉽다.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이유도 음식을 거부하지 못해서고, 내가 떠맡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도 안 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서다. 그러면서 언제나 인생은 힘들고 나만 피해자인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다 거절하지 못해서 생긴 일일 뿐. 그러니까 제발 사소한 물건부터라도 ‘아니요, 괜찮습니다. 고맙지만 저는 필요 없어서요’라고 해보는 건 어떨까? 이런 말 중 아무것이나 입에 감기는 대로 골라서 일단 한번 내뱉어본다. 내게 중요하지 않은 것을 거절한 뒤에야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비움으로써 자기가 자신으로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삶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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