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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빠짐없이 끼어드는 사람이나 꼭 있어야 하는 물건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이런 말에서도 알 수 있듯 감초는 한약을 지을 때 꼭 필요한 약재다. 감초에 대해 동의보감에는 ‘온갖 약의 독을 풀어주고, 모든 약을 조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해 국로(國老)라 칭한다’고 기록돼 있다. 여러 약의 성질을 조정하고, 조화롭게 하는 감초의 효능이 ‘어진 재상’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해서 ‘국로’ 즉 ‘나라의 어르신’이라는 이름까지 붙은 셈이다.

실제로 현대 한의학에서도 다양한 처방을 할 때 항상 감초를 조금씩 넣고 있다. 감초는 한약물 사이의 균형감을 잡아주고, 약의이 독성을 순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해독작용과 관련해서도 감초는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감초는 간 해독 ‘제1단계’와 ‘제2단계’에 두루 작용한다. 1단계에서는 다양한 해독 효소들을 활성화해주고, 2단계에서는 아미노산인 글루쿠론산으로 간 해독 작용을 돕는다.

감초의 효능은 이외에도 많다. 감초는 항균작용이 강해서 위궤양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 역류성 식도염이나 오심, 구역감 등에도 도움을 준다. 감초 속의 성분인 글라브리딘(Glabridin)은 위장 속 헬리코박터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궤양 치료에 도움을 준다. 염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 E2 합성을 억제해 주기 때문이다.

프로스타글란딘 E2는 암세포를 증식시키기도 한다. 한 동물 실험에서 궤양이 있는 동물에게 감초 달인 물을 한 달간 복용하게 한 후 궤양 억제 작용이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감초는 또한 목이 붓거나 가래가 끼는 감기몸살에도 도움을 주는데 끈끈한 가래와 점액을 배출하기 쉽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도라지와 감초를 함께 사용하면 이 같은 효능이 배가된다.

감초 속의 무수한 화학성분 중에서 이소리퀴리티제닌(isoliquiritigenin)과 나린제닌(naringenin)은 T 면역조절 세포를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면역저하와 자가면역질환을 동시에 예방해주는 작용을 한다. 또 감초 속의 트리터페노이드(triterpenoids)는 항바이러스 기능이 강력해서 바이러스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콩팥 위 부신기능이 흥분했다가 저하되는데 장기적 스트레스로 부신이 고갈된 상태에서는 오히려 감초가 부신을 돕고 에너지를 충족시켜주는 선작용을 일으킨다.

오랜 스트레스는 뇌 안의 시상하부에서 뇌하수체로 내려오고 다시 부신으로 연결되는 통로인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PA axis)을 무너뜨리면서 역류성 식도염과 소화장애, 장누수증후군, 간 해독능력 장애 등을 유발하는데 부신기능이 저하되면 어지럽고 피로하며 팔다리가 쑤시고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식욕이 없고 근육이 위축되기 쉽다. 이때 감초가 바로 특효를 발휘한다.

그러나 감초의 부작용 또한 조심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문제가 없으나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대사증후군 환자들은 감초를 상복하게 되면 혈압이 더 오르거나 혈당이 높아질 수 있다. 30명의 건강한 남녀를 대상으로 매일 감초 100g을 4주간 복용케 했더니 혈압이 급상승했다는 연구도 있다.

감초를 장복하면 칼륨이 몸에서 빠져나가기도 한다. 칼륨이 부족하면 심장 박동수가 불규칙적으로 될 수 있고 근육이 뭉치고 쥐가 잘 난다. 심장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4주간 매일 하루 100∼200g의 감초를 먹었을 때 칼륨 저하증이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감초는 1첩당 2g에서 8g 정도로 안전하다. 필자 역시 수십 년간 감초로 인한 부작용은 경험한 적이 없었다.

빙빙한의원 원장(한의기능영양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