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베이징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해외 투어 공연으로 캐나다에서 연주하고 있다. 소니센터 홈페이지 캡처

한중수교 25주년 기념 기획
베이징심포니 내한 일방취소

3월 고궁방문 유커 36%P ↓
문화 등 교류 아예 틀어막아

대중문화 한류에서, 클래식, 미술 분야 등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중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중국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조차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공연 기획사 제이케이앤컴퍼니는 오는 10월로 예정됐던 베이징심포니오케스트라(BSO)의 내한공연이 오케스트라 쪽의 통보로 취소됐다고 8일 밝혔다. 제이케이앤컴퍼니 관계자는 “베이징심포니 측과 내한공연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지난주 결국 내한이 어렵게 됐다는 내용을 이메일로 통보받았다”며 “취소 사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 한국 유명 연주자들의 중국 공연이 무산된 바 있다. 문화예술 교류에 있어서 중국이 한국 연주자의 자국 공연은 물론 자국 연주자의 한국 공연 양쪽을 틀어막는 모양새다.

1977년 창단된 베이징심포니는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오는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과 일부 지방 도시에서 내한 연주회를 열 예정이었다. 이 악단은 지난 2007년 한중수교 15주년을 기념해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열었다. 이번 공연도 애초 한중수교 2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기획됐었지만, 최근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로 공연이 취소된 것으로 보여 진다.

공연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와는 상관 없는 문화 예술 교류까지 막는 것은, 한국 뿐 만 아니라 전 세계 문화 예술인들에게 중국은 믿지 못할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고궁을 방문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도 급감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 궁과 종묘에 대한 하루 평균 중국인 관람객 수가 3월 들어 눈에 띄게 줄었다. 1월에는 하루 평균 5152명, 2월에는 5270명이던 것이 3월에는 3349명으로 약 36% 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경복궁의 감소 폭이 제일 컸다. 경복궁에서는 1∼2월 하루 평균 4500명 수준이던 유커가 3월에는 2830명으로 줄었다. 37% 포인트가 넘는다. 덕수궁을 찾은 유커도 2월엔 하루 평균 582명이었으나 3월엔 399명으로 조사됐다.

경복궁과 붙어 있고 입장이 무료여서 방한 외국인이 자주 찾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외국인 관람객(중국인 포함) 수도 뚝 떨어졌다. 국립민속박물관의 2월 마지막 주 외국인 관람객 수는 1만9965명으로, 그 이전 주의 2만4390명에 비해 약 18% 포인트 감소했다. 문화재청 측은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의 한국관광 상품이 잇따라 취소된 것이 고궁 관람객 수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경택·김인구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