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토리엄 선언’진실攻防 여전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을 처음으로 전국적 이슈의 한복판에 올려놓았던 사건은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이었다. 하지만 당시 성남시가 실제로 채무를 갚지 못할 만한 처지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임 시장의 실정을 드러내기 위한 ‘정치 쇼’였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2010년 7월 민선 5기 출범과 동시에 부채 7285억 원을 갚기 어렵다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당시 채무는 판교테크노밸리 등 판교신도시 개발사업 재원인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5400억 원과 시청사 부지 잔금을 포함한 미편성 법적 의무금 1885억 원 등이었다. 이는 전임 시장이 시청사 건축, 공원 확장 사업 등에 유용한 상태였다.

이 시장은 당시 “판교신도시 조성 사업비 정산이 완료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국토해양부 등에 5200억 원을 갚아야 하지만 능력이 안 된다”고 선언 취지를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의 모라토리엄은 사상 초유의 사태였던 터라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시는 이후 사업 투자순위 조정, 공무원 복지사업 취소 등의 긴축 재정으로 3년 6개월 만인 2014년 1월 모라토리엄 종식을 선포했다.

하지만 시의회에서는 여전히 모라토리엄이 단순한 쇼에 불과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 당시 현금유동성 위기를 가져올 만한 채무상환 독촉을 받았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모라토리엄의 근거가 된 국토해양부의 ‘판교 택지개발사업 1단계 조기정산 공문’에는 사업비 정산에 관한 개발이익 배분비율에 관한 내용과 최종 용역 결과를 통보해 달라는 요구만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덕수(자유한국당) 시의원은 “정부에서 채무상환을 독촉하고 있던 상황도 아니었고, 국무회의에서도 당장 돈을 갚으라고 하지 않았는데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어떻게 하냐고 얘기가 오간 적이 있다”며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치적을 알리기 위한 정치 쇼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성남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