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96년 OECD 가입 이후 경제성장률이 회원국 중 한때 1위를 기록할 만큼 최상위 성장국이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근 30여 년간 36.3배 급증했다는 통계도 동일 선상이다. 이 기간 세계 GDP는 7.1배 증가에 그쳤다. 그러니 5일 OECD 자료는 자괴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한국 성장률은 2.7%로, 35개 회원국 중 10위다. 2015년에 12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연속 중위(中位) 성장국에서 정체돼 있다. 우리 경제에 ‘조로(早老)현상’이 나타났다는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상당 기간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도 저성장이 예고돼 있다. 통상 가장 낙관적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 정부가 2.6%를 제시한 게 그 방증이다. 이 수치가 현실화하면 3년 연속 저성장대에 머물게 된다. 원인은 복잡다단하다. 우선,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올해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는 생산가능인구와 가속화하는 고령화 추세가 단적인 근거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발 초강경 보호무역주의,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다발적으로 터지는 대내외 악재가 당장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기업은 물론 정치권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곧 답습하게 된다. 정부는 구조적 난제들을 풀어나갈 창의적·실효적인 정책들을 과감히 내놔야 한다. 노동·공공 부문의 구조개혁과 한계 산업의 구조조정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야 성장의 엔진이 꺼지지 않은 채 재도약도 할 수 있다. 신성장동력 발굴에 진력해 4차 산업혁명 대열의 낙오자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성장 없이는 일자리도, 복지도 절대 없다는 진리를 거듭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