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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알고 있다 / 조너선 밸컴 지음, 양병찬 옮김 / 에이도스

아들들 성화에 못 이겨 열대어 몇 마리를 기른 적이 있다. 온갖 열대어를 기르는 지인이 분양해 준 열대어들은 작은 어항에서 (내 생각에는) 행복했다. 내심 오래 기를 마음이 없었던지 기포 발생기 등의 장비는 생략했다. 어찌어찌 몇 개월을 길렀다. 하지만 겨울이 시작되고 사건이 발생했다. 열대어가 살 수 있는 적당한 수온을 맞추지 못해 이름조차 몰랐던 열대어들은 배를 드러내고 물 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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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 건 한 권의 책, 바로 ‘물고기는 알고 있다’ 때문이다. 부제부터 충격이 크다.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저자가 물고기와 인간을 사촌이라 명명한 이유는 “물고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인간과 닮았”기 때문이다. 물고기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뿐 아니라 “살아 있는 내비게이션”이라 부를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원근각지를 찾아간다. 황새치나 파랑비늘돔, 홍연어는 태양의 각도를 기준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비상한 능력을 지녔다. 연어는 후각이 곧 내비게이션인데 새끼 때 지나온 물의 냄새를 차례로 기억해 모천(母川)으로 회귀한다. 어떤 물고기는 자연계의 전기자극을 지각하는 생물학적 능력인 ‘전기수용’(electroreception)과 ‘전기기관 방전’(electric organ discharge)을 통해 의사소통한다.

물고기는 척추동물의 일원으로서 “포유동물과 동일한 기본체제, 즉 척추, 일련의 감각기관, (뇌에 의해 지배되는) 말초신경계 등을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통증을 느끼며, 공포와 스트레스도 경험한다. 아울러 “사회생활을 하며, 삶의 질을 추구하는” 존재로서 쾌감도 추구한다. 물고기가 물 위로 점프하는 것은 본능에 따른 행동이 아니라 호기심으로 인한 행동, 나아가 놀이일 수 있다는 게 일단의 동물학자들의 주장이다. 호기심이 있고, 놀이를 추구한다면 ‘생각’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 대서양 일대에 서식하는 작은 물고기 ‘프릴핀고비’는 만조 때의 해안선과 간조 때의 해안선 사이의 부분인 ‘조간대 지형’을 모조리 암기한다. “만조 때 헤엄치는 동안 움푹한 곳(간조 때 웅덩이가 생길 만한 곳)들의 레이아웃을 작성하여 머릿속에 넣어”둔다는 것이다. 이렇게 암기한 지형은 문어나 왜가리 같은 포식자가 공격할 때 사용하는데, 정확하게 인근 웅덩이들로 도망을 친다. 지형지물을 이용하거나 도구를 사용해 먹잇감을 찾는 것도 물고기가 생각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을 발사체로 사용하는 물총고기는 “인상적인 주걱턱”을 일종의 ‘총신(銃身)’으로 만들어 사냥한다. 물고기의 모든 행동은 본능이 아니라 생각의 결과물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누군가의 말을 아는 듯 대개의 물고기가 뭉쳐 산다. 물고기의 사회생활 기본 단위는 “떼(shoal) 또는 무리(school)”인데, 떼는 “물고기들이 쌍방향적·사회적으로 모여들어 형성한 그룹”이다. 무리는 좀 더 정연한 방식, 이를테면 같은 속도와 방향, 상당히 일정한 간격으로 수영하는 것을 말한다. 물고기들이 큰 무리를 형성하는 이유는 “이동의 용이함, 포식자 탐지, 정보 공유, 숫자의 힘”을 발휘할 수 있어서다. 철새가 그렇듯, 많은 물고기가 한 방향으로 이동하면 해류가 생겨 무리 구성원들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물고기들의 사회생활은 “다른 개체를 인식”하는 방편이 되고, 나아가 “침입자들에 대항하여 영토를 유지하고 방어”하는 데 유리하다. 물고기도 다양한 방식으로 성생활을 하며, 각자의 스타일대로 양육한다. 사람이 생각하는 수준으로 물고기도 생각하고 행동한다.

인간의 사촌 격인 물고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고찰한 저자는 태곳적부터 물고기를 잡았던 인간을 향해 한마디, 아니 여러 마디 던진다. 식량 조달이 아니라 이윤 추구를 위해 남획하는 문제에서부터 물고기 양식의 허실, 연구라는 미명 아래 물고기의 ‘비명횡사’를 조장하는 세태까지 문제 제기는 다양하다. 탄핵 위기에 처한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의 만찬 식탁에 올렸던 샥스핀과 최고급 회로 혹은 마트에 수북이 쌓인 참치캔 덕분에 멸종 위기에 처한 참다랑어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저자는 물고기를 먹지 말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는 증거에 기초해 “선처를 베풀어야 마땅하다”고 말할 뿐이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대목은 이렇다. “제대로만 알면, 인간은 세상에서 훌륭한 공동선을 얼마든지 행할 수 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