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2일 열린 공판에서 “제 사건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생각해 협박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성보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지난해 8월 대법관 살해 계획 청원서를 제출했다 기소된 전모(67) 씨는 “대법관들에 어떤 신체적 위해를 가하겠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며 “협박과 같은 허위사실을 알리면 깜짝 놀라서 제 사건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대법관을 협박하는 등 사안이 중한 점을 고려해 달라”며 전 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법원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 2016년 8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종합민원과에 ‘적당한 시기에 총기나 흉기를 들고 대법원 법정에 침입해 기각 판결을 하는 대법관을 살해할 계획’이라는 등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제출해 대법관들을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전 씨는 같은 달에도 또다시 대법원 종합민원과에 ‘더러운 사법부를 폭파하고 순 엉터리 판결을 일삼는 판사들을 총이나 칼로 살해하고 싶을 따름’이라고 기재한 재심청구 이유서를 제출한 혐의도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공판에서 전 씨는 “과격한 언사로 인해 판사의 존엄과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용을 베풀어주시면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철저히 반성하겠다”고 진술했다. 전 씨 변호인 역시 “전 씨는 수차례 재심 청구가 기각되자 자극적인 말로 주의를 끌면 대법관이 관심을 갖고 사건을 들여다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며 “물론 부적절한 문구였고 해선 안 될 일이지만, 전 씨가 구체적인 행동에 나아가지 않은 점을 참작해 달라”고 밝혔다. 전 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6일 열린다.

앞서 전 씨는 2013년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숙박영업신고반려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고, 2015년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전 씨는 5차례에 걸쳐 재심을 청구했으나 연이어 기각되자 이에 불만을 품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리안 기자 kn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