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인 지난 1일 서울 도심의 모습은 21세기 선진국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상황인지 자괴감이 들게 한다. 미로 같은 거대한 차벽(車壁)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촛불과 태극기 집회는 국론 분열의 상징으로,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에서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이룩한 선(先)세대에 얼굴을 들 수 없게 한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오는 9~10일이나 13일로 예상된다. 탄핵 찬반 주말 집회가 1~2번 남은 셈이다. 그러나 탄핵심판 이후에도 어느 한쪽의 불복(不服)에 따른 대치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려 때문에 헌정회와 대한변호사협회를 비롯해 많은 언론 등 각계각층은 정치권의 승복 선언과 시위 불참을 호소했다. 그런데도 일부 대선 주자들은 갈등 최소화에 앞장서긴커녕 되레 부추기고 있으니 참담하다. 입으로는 ‘승복’을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선동’에 나서는 이중적 행태도 보인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면서 1일에도 촛불집회에 나갔고, SNS에는 “적폐 청산을 위해 해를 넘기면서까지 촛불을 밝히고 있다”며 사실상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각해도 승복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불복 선언까지 했다.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헌재가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집회에 불참하며 분열 아닌 통합을 호소하는 주자들이 실낱 같은 희망을 보여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지층 이반 등 단기적 불이익을 감수하는 셈이어서 더욱 그렇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주에는 촛불집회에 참석했지만 이번엔 AI 피해 현장을 찾아 “김구도, 이승만도, 박정희도, 김대중도, 노무현도 모두가 대한민국”이라며 ‘대통합’을 역설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지금은 헌법과 법의 지배를 회복해야 할 때”라며 오래전부터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의 옥석을 가릴 기회다. 누가 분열의 정치로 나라를 망칠지, 누가 통합의 정치를 할지 냉철히 분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