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6·25 전쟁 당시 적국(敵國)으로 총부리를 마주했던 역사,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체제 차이, 대만과 북한이라는 각자 우방의 격렬한 반발을 딛고 25년 전인 1992년 8월 24일 국교를 수립했다. 그 뒤 선린우호 관계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2016년 기준으로 양국 교역액은 연간 2113억 달러였고, 한국의 대중(對中) 투자 규모도 725억 달러에 달한다. 각각 6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상대국에 유학 중이며,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인은 100만 명(중국 동포 약 63만 명 포함)이 넘고, 중국 체류 한국인도 약 80만 명이다.

이런 한·중 관계가 중대한 위협에 직면했다. 지난 28일 국방부와 롯데 그룹이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하자 중국은 비이성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자유무역과 시장경제, 그리고 투자자 보호를 제대로 하는 나라인지 의심케 한다.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르바오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고, 그 매체의 소셜미디어 매체는 “준(準)단교” 거론까지 했다. 다른 중·영문 관영 매체들도 “소비자들이 한국을 벌해야 한다” “삼성과 현대차도 겪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롯데의 중국 사업장에서는 실질적 협박과 피해가 구체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주 중국 외교부가 북한 리길성 외무성 부상을 초청해 관계 강화를 논의한 것은 본말전도다. 사드는 북핵 위협 현실화에 따라 불가피한 최소한의 대책이다. 이런 근본은 제쳐놓고 한국을 겁박하고, 김정남 암살로 국제사회에서 더 궁지에 몰린 북한을 불러들인 것은 핵무장을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

중국의 행태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 한·미 양국이 안보 동맹과 차질 없는 사드 배치를 재확인하고, 1일 시작된 연합훈련을 최대 규모로 치르기로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오만과 적반하장에 밀리면 안보도, 주권도 지킬 수 없다. 불가피하다면 단기적 피해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사드 연기, 재검토 등으로 사실상 중국에 동조하는 국내의 ‘제5열’도 척결해야 한다. 중국이 정·경 분리라는 수교 정신을 묵살하고 비열한 압박을 계속한다면 6·25 전쟁 때 항미원조(抗美援朝) 명분으로 북한 정권을 회생시켜 오늘의 불씨를 만든 ‘중공(中共)’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중국이 이성을 되찾지 않으면 한·중 관계의 미래도, 동북아 평화도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