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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엔 어느 카페에서나 대화하지 않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만 이용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카페 주인부터도 입구나 벽에 ‘와이파이(Wi-Fi) 제공’ 표시를 붙여두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적극 홍보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 영국 등에선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러 인터넷을 끊어 손님들 간의 대화를 유도하는 ‘안티 인터넷’ 카페가 등장한 것이다.

BBC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와 버몬트주, 영국 런던, 캐나다 밴쿠버 등을 중심으로 최근에 인터넷 이용을 금지하는 카페들이 늘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된 곳이 시카고의 링컨파크 인근에 위치한 카페 ‘키비츠네스트(Kibbitznest)’다. 이곳의 풍경은 여느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풍경과는 조금 다르다. 테이블 위에서 보드게임을 즐기거나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많지만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카페 주인 애니 코스티너 부부는 “전자기기 사용과 인간의 대면 소통 간에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카페를 연 이유를 설명했다.

버몬트주에 있는 ‘어거스트퍼스트(August First)’란 카페도 마찬가지다. 이 카페는 처음엔 보통 카페처럼 운영되다 2012년 와이파이를 끊었고, 2014년부턴 아예 노트북 이용을 금지했다. 처음엔 인터넷상에 카페의 서비스에 대한 혹평이 이어졌지만 이내 카페를 찾는 사람은 오히려 늘어났다. 지금은 오히려 인터넷 사용이 가능했던 때보다 매출이 20%나 올랐다.

안티 인터넷 카페를 추구하는 주인들의 생각은 단순하다.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던, 온기가 느껴지던 ‘소통의 장’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18세기 카페 문화가 본격적으로 태동하던 때 사람들이 정보와 생각, 문화를 공유하던 카페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다. 실제로 전자기기를 피해 쉴 수 있는 장소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아 카페 주인들은 “이런 장소를 만들어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곤 한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카페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무실이 따로 없는 프리랜서나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빠른 인터넷 서비스, 충전용 콘센트가 카페 선택의 기준이 됐다. 물론 그 나름의 카페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젠 집 안이 아닌 집 밖에서마저 사람 대신 전자기기와 눈을 맞추는 것 같아 한편에선 씁쓸한 기분이 든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