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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대출 비리’ 의혹
작년 AIIB부총재 사퇴후 도피
靑서별관회의도 수사 대상될듯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대우조선에 거액을 대출해 수조 원대의 손실을 낸 혐의 등으로 고발된 홍기택(65·사진) 전 산업은행장을 27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해 6월 참여연대 등에서 고발한 지 8개월 만이다. 홍 전 행장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있던 지난해 6월 돌연 휴직계를 낸 뒤 ‘사실상’ 잠적했었다. 홍 전 행장이 “대우조선해양 관련 거액 대출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된 것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던 만큼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날 검찰 등에 따르면 특별수사단은 최근 귀국한 홍 전 행장을 불러 참여연대 등이 고발한 직무유기와 배임 혐의 등에 대해 조사했다. 지난해 6월 참여연대 등은 홍 전 회장 등이 “여신 업무를 하면서 ‘재무 이상치 분석’ 등 기본적인 기업 재무상태 점검도 하지 않고 대우조선에 대출해 줘 산은에 2015년 6월까지 최소 2조728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고,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압력에 의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며 직무유기와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특수단은 일단 홍 전 행장에게 이 같은 고발 내용에 대해 꼼꼼히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직무유기가 있었는지, 그리고 손실이 있는 데도 자금을 지원한 게 배임인지 등에 대해 정책적 부분도 따져 봐야 하고 법리적으로도 검토할 부분이 많다”며 “여러 번 불러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행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며 청와대 서별관회의까지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6월 홍 전 행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 지원 과정에서 들러리 역할만 했다”며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홍 전 회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등으로부터 정부의 결정 내용을 전달받아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4조2000억 원의 유동성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전 행장은 지난해 6월 이른바 서별관회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뒤 국회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채 잠적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있는 두 자녀의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해오다 최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