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분류 불구
인권위 “차별 금지” 결정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지입차주라고 하더라도 회사에서 상시적으로 지시를 받는다면 ‘근로자’ 성격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24일 “근로자와 똑같이 일했는데도 휴가·수당·퇴직금 등을 주지 않고 마음대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입차주들이 낸 진정을 받아들여 현금자동입출금기 관리업체 A 사와 협력사인 화물업체 B 사에 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입차는 운전자가 실소유주이지만 서류상으로는 운송사업자 명의로 돼 있다. 지입차주들은 평일 오전 8시 30분 지역사무소로 출근, 오후 6시 30분 퇴근할 때까지 차에 같이 탄 A 사 직원의 지시를 받으며 A 사 소유 현금자동입출금기에 현금을 나르는 일을 했다. 출퇴근 때 출입문 지문인식기에 체크하고, 매일 이동 거리와 연장근로 시간 등이 기재된 운송일지도 작성했다.

지입차주들은 “근로자와 같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음에도, 형식상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연차·유급 휴가 등을 받지 못했고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도 적용받지 못했다”며 2015년 5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A 사는 “B 사에 현금수송업무 위탁을 맡겼을 뿐 지입차주들과는 아무 계약관계가 없다”고 밝혔고, B 사는 “지입차주는 개별사업자로, 그들과 고용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인권위는 반드시 형식적인 고용계약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실제 차별을 했다면 책임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B 사에 향후 지입차주와 계약 시 해고 금지, 연차 휴가 보장, 노동3권 보장 등을 포함하라고 권고했다. A 사에는 협조 권고를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부는 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지입차주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개별 사안을 놓고 결정할 수는 없지만, 인권위 권고와 근로기준법을 참고해 (지입 차주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지 재판단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