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주목받은 펜디의 남성용 토트백. 2 스페인 디자이너 후안호 올리바의 여성용 자이언트 백. 3 이번 시즌 큰 가방을 대거 선보인 소니아 리키엘. 4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에르메스 런웨이(왼쪽)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타미힐피거 패션쇼에서도 ‘빅 백’이 대세였다. 5 뉴욕 패션위크에서 단연 돋보인 델포조의 비즈 장식 원형 가방. 6 톰 브라운의 재치가 느껴지는 가죽 재킷 형태의 토트백. AP연합뉴스·AFP연합뉴스·EPA연합뉴스·소니아 리키엘 제공

빅백, 세계적 패션쇼 휩쓸어
토트백·숄더백 등 형태 다양

오버핏 열풍, 소품에도 영향
‘불황탓 실용성 추구’ 해석도

오버사이즈 스타일의 영향일까, 불황 탓일까. 런웨이에 ‘포대 자루’처럼 큰 가방이 가득하다. 한동안 몸에 꼭 맞는 슈트를 입어도 아우터(겉옷)는 자신의 몸보다 넉넉한 ‘오버 핏’이 강세였다. 이 같은 스타일이 소품에까지 영향을 끼쳤다고도 하고, 경기 불황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것저것 많이 담을 수 있는 큼지막한 가방이 실용적이라는 분석. 실제로 많이 담지는 않을지라도, 심리적으로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거다. 일명 이 ‘빅 백’ ‘자이언트 백’은 정장, 캐주얼에 모두 어울리고, 배낭, 토트백, 숄더백 등 형태도 다양하다. 게다가, 남녀 구분 없이 인기다. 런던, 뉴욕, 밀라노, 파리 등 연초부터 릴레이처럼 펼쳐진 패션위크에서 돋보였던 가방들을 살펴보자.

◇ 런웨이, ‘빅 백’을 들다 = 지난 1월 런던에서 열린 패션위크 남성복 컬렉션 첫날, 영국 디자이너 크랙 그린의 패션쇼. 회색 트랜치 코트에 회색 모자를 쓴 남자가 회색 짐보따리(?)를, 검은색 슈트의 남자는 흰색 자루를 들었다. 다리 긴 모델이 들었는데, 땅에 거의 닿을 것 같다. 버버리는 옆구리에 끼기엔 확연히 커 보이는 토트백(손으로 드는, 상부가 벌어진 가방)을 슈트 차림에 매치해 스타일링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도 가방이 커졌다.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에트로에서는 세계 일주라도 할 듯한 커다란 배낭을 짊어진 남성의 뒷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에트로뿐 아니라 펜디에서도 커다란 토트백을 선보였는데, 화사한 오렌지빛 컬러가 단연 돋보였다. 늘 나오는 말이지만, 역시 패션의 화룡점정은 디테일이다.

다음은 파리.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이 브랜드가 ‘공유 발’을 받아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바로 랑방이다. 절제된 블랙 빅 백이 런웨이 위를 당당하게 활보한다. 알록달록한 밀라노의 액세서리와 대조되며 제대로 ‘파리 시크’를 보여준다.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는 좀 더 다채로운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타미힐피거의 경쾌한 데님 가방, 델포조의 비즈가 장식된 큰 원형 가방 등이 패션 관계자들의 갈채를 받았고, 스페인 마드리드 패션위크에서는 운동선수나 들 법한 커다란 드럼형 가방이 옷보다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버 핏’ 영향? 불황 탓? = 자이언트 백의 돌풍에 대해 패션계에선 아예 크거나, 아예 작은 것 즉 ‘맥시&미니’ 액세서리가 트렌드 전반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지난 시즌엔 립스틱과 휴대전화 하나 들어갈 정도로 작은 미니 백 열풍이 거세었다면, 올 시즌에는 미니 백만큼 빅 백이 인기를 끌 전망이라는 것. 무엇보다 오버 사이즈 스타일이 크게 유행하면서, 가방도 흐름을 탔다고 볼 수 있다.

여성용 가방에서는 옷과 같은 컬러로 통일성을 강조한 마르니가 눈에 띈다. 간결한 디자인과 군더더기 없는 컬러로 실용성을 강조했다. 마이클 코어스에서는 시즌에 알맞은 크로셰 소재의 빅 백을 내놓았다. 니트 짜임으로 이뤄진 가방이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 봄철에는 데일리 백이나 피크닉 가방으로, 여름철에는 바캉스용 가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정점을 찍는 것은 소니아 리키엘. 키가 훌쩍 큰 모델들이 바닥에 닿을 듯 커다란 가방을 질질 끌고 런웨이에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