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당제 국가에서 선거를 앞두고 당 대 당 협력이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좌·우 연정도 드물지 않다. 국내에서도 1997년 DJP 연합을 비롯, 2012년 총·대선 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가 있었다. 5월 초 대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지율 1·2위를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비(非)민주당’ 세력들이 집권을 위해 연대를 탐색하는 움직임은 이상하지 않다. 최근 국민의당에 입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2일 “바른정당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개혁해 나갈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 (연대)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바른정당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자유한국당이 민주당 후보와 일 대 일로 붙는 선거를 치르자”며 호응했다.

물론 현실화하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어떤 형태의 협력이 가능할지 예측하기조차 힘들다. 3개 정당이 각각의 후보를 선출한 뒤 단일화를 시도할지, 그 전에 합당이나 연정 구성 합의에 이를지 수많은 변수가 있다. 얼마 전까지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여당, 국민의당은 야당이었다. 국민의당 뿌리는 민주당과 같다. 이념 스펙트럼에서도 거리가 상당했다. 그만큼 정책 차이도 크다. 만약 공동으로 집권하더라도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지 불안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대의(大義)를 만들고 실천하는 일이다. 민주당 집권 저지만이 목표라면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정치공학일 뿐이다. 조기 개헌 깃발로는 부족할 것이다. 비민주당 연합이 나라를 더 잘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야 한다. 특정 정치세력이 너무 비대해지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