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민간위탁 운영 도마에

“상담받으면 15만원 입금”
인센티브 노리고 구직자 모집
적성 고려않고 취업 강요도
참여자 40%가 6개월內 퇴사

구직자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가 ‘실적 쌓기’식 질 낮은 상담과 참가자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취업 알선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취성패는 고용노동부가 2009년부터 시행 중인 구직자 취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상담·교육·취업 알선 등으로 구성된다. 저소득층의 취업 상담과 알선을 진행하는 유형Ⅰ과 청년·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유형Ⅱ로 나뉘는데, 유형Ⅰ은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고, 유형Ⅱ는 민간 기관에 위탁해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민간 기관이 전담하는 유형Ⅱ의 경우 올해 청년 16만 명, 중장년층 3만5000명이 참가한다.

그런데 고용부의 ‘2017년도 취업성공패키지 민간위탁사업자 모집공고’에 따르면 민간 위탁업체는 참여자의 프로그램 1단계에서 IAP(개인별 취업활동 계획서)를 수립하면 기본금 30만 원을 받고, 조기 취업 정도와 취업한 일자리 임금수준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위탁기관은 더 많은 구직자를 모으고, 이들을 더 빨리 취업시키는 데만 관심을 두게 된다.

그 결과 취성패의 상담 서비스와 이 프로그램에서 알선하는 일자리 모두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겨 참가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취성패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모(여·27) 씨는 23일 황당한 경험을 토로했다. 첫 상담을 받기 전 취업을 하게 돼 상담원에게 ‘상담을 받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더니, 상담원이 “출근할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상담을 한 번만 받으면 바로 15만 원을 입금해 주겠다”며 회유한 것이다. 15만 원은 이 씨가 취성패 프로그램의 1단계를 수료하면 받게 될 돈이었다. 이 씨는 “아무리 실적이 중요해도 직장을 구한 사람에게 취업 상담을 받으라는 건 너무 속 보이는 일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최근 한 커뮤니티에는 “취성패에 회계 쪽을 알선해 달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전혀 다른 곳을 알선해 주고는 ‘여기서 일하다 보면 회계로 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취업을 강요한다”며 “어떤 업종은 정말 가기 싫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알선하더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취성패 상담을 받는 것보다 집에 가만히 앉아서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를 적어보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취성패Ⅱ에 참여한 청년 19만2000여 명 중 3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한 비율은 79.4%였지만, 6개월 이상은 64.5%로 떨어졌다. 적성이나 희망을 고려하지 않고 일자리를 알선해주다 보니 오랫동안 다니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5 근로빈곤층 대상 고용-복지 서비스 연계 강화’ 보고서에서 “민간 위탁기관에 의한 취업알선이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상담의 질을 높이기 위해 민간 위탁기관 심사 시 상담원 교육 계획 등을 평가지표로 반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