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부채 총액이 1344조3000억 원에 달했다고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했다. 사상 최악(最惡)이다. 추정만 됐던 ‘가계부채 1300조 원 시대’가 공식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가 이미 ‘구제불능’ 상태로 빠져든 게 아니냐는 우려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는 점이다. 양과 질, 증가 속도 모두 악성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지난 4분기 증가액은 각각 141조 원, 47조 원이었다. 연간·분기별 기준 모두 역대 최대치다.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 등이 몰려 있는 제2금융권 대출도 급증세다. 전년 증가세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은행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서민층이 비은행권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 결과다.

가계부채 급증은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이다. 가계부채가 ‘소비→투자→고용→소비’로 이어지는 내수 경제의 선순환을 가로막는 고리라는 점이 그 근거다. 특히 ‘한계가구’는 가장 위험한 뇌관이다. 한 분석기관에 따르면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가처분소득의 40%를 넘는 한계가구가 지난해 181만 가구에 이른다. 문제를 이 지경으로까지 몰고 간 주범은 박근혜정부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다. 그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호기를 부리며 가계부채의 안전판인 부동산금융 규제를 무모하게 풀었다. 얼치기 경제사령탑을 앉힌 박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과거에는 전쟁으로 나라가 망했지만 지금은 부채로 망한다. 정부가 가계는 물론 국가 부채관리에 진력해야 하는 이유다. 박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지만 관련 수치는 악화일로다. 실효성 없는 미봉책으로 그때그때 얼버무려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가계부채 해결에 몸을 던져야 한다.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한계가구 집중 관리는 기본이다. 복지·주택·일자리 등과 연계된 근원적·창의적 대안도 절실하다. 또 나올 예정인 정부의 23일 내수 활성화 대책을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