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땐 당장 개헌 어려워
非文연대 등 정략의도 담긴 셈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차기 대통령선거 전 헌법 개정’에 의기투합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김종인 전 대표를 비롯한 개헌파들이 세(勢)몰이에 들어감에 따라 개헌론이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 야권 주요 대선주자들 모두 개헌을 차기 정부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대선 전 개헌론’이 힘을 받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개헌론이 비문(비문재인)연대와 같은 세력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2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 안팎의 개헌 논의에 대해 “차기 정부 출범 직후 국회 개헌특위 논의 결과를 토대로 국민 여론을 수렴해 개헌안을 마련하고,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 전 개헌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에 대해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개헌이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계속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순수하지 않은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도 이미 문 전 대표처럼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고, 안 지사도 개헌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실제 개헌은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대선 전 개헌론에 쐐기를 박겠다는 태세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 등 3당의 단일 개헌안 마련 시도에 대해 “국회 개헌특위를 만드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저를 빼고 나머지 세 분 원내대표가 모여 단일 개헌안을 만든다고 합의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민주당이 개헌에 소극적인 이미지를 만들려고 모였다면 정략적이고 대선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권 유력 주자들이 모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만큼 대선 전 개헌론은 말 그대로 ‘논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공산이 크지만, 민주당은 개헌론이 비문연대 등 엉뚱한 방향으로 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일부 개헌파가 탈당해 비문연대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경우 대선판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