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창정비 중인 미군 A10 전투기.

지난 18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테크센터. 군용 정비동에 들어서자 정비를 받고 있는 미 해병대의 CH-53 헬기가 눈에 들어왔다. 바디와 로터(프로펠러), 엔진 등이 모두 분해돼 있는 게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변신을 하던 로봇 캐릭터 ‘블랙아머’가 떠오른다. 맞은편에선 미군의 A-10 전투기와 F-15 전투기가 내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중정비를 받고 있었다. 이현수 대한항공 군용기시업부장은 “한국과 미국군 외에 다른 국가의 군용기도 이곳에서 점검을 받는다”며 “그중에는 우리 군에 없는 비행기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국군 1700여 대, 미군 4000여 대의 군용기가 이곳에서 정비를 받았다.

70만㎡ 부지의 대한항공 테크 센터는 과거에는 ‘새마을 공장’이라 불리며 인근 주민들에게조차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었다. 1976년 설립 당시부터 군용기의 제작 및 정비를 담당하면서 시설을 비밀에 부쳐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곳에서는 국내 최초의 전투기였던 KF-5 제공호 1호기가 나왔고 국내 최초의 500MD 헬기가 조립 생산됐다.

정비 위주의 ‘방위 산업’은 새로운 기술 개발로 해외 수출길까지 열고 있다. 외국 비행기들의 정비(MRO)뿐 아니라 새로운 전투 자원을 개발도 이뤄지는 테크센터에서 이뤄지고 있고, 이에 대한 수출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현재의 테크센터는 연 매출 1조269억 원에 영업이익이 10%가 넘는 대한항공의 ‘알짜 회사’가 됐다. 이는 지난 2010년 매출 4370억 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난 2015년 개발을 시작한 사단급 무인항공기는 군에 납품을 앞두고 있고 전 세계 20개 국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보잉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노후한 500MD 헬기를 무인 헬기로 개조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 2대를 시험 운용 중에 있다. 무인기 개발은 향후 해외 수출 가능성이 높은 유망 산업으로 꼽힌다.

군수에서 쌓인 노하우는 민항기 분야로 이어졌다.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선 보잉사의 최신 민항기 기종인 787-9 ‘드림라이너’의 5개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선 항공기 동체 뒷부분인 후방동체구조물(After Body)을 복합재로 겹겹이 쌓는 ‘레이업’ 공정이 한창이었다. 주물 모양대로 탄소섬유를 쌓아가며 구조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이물질이 섞이지 않기 위해 공장 내부를 철저히 통제한 환경에서 제작되고 있었다. 후방동체 구조물을 비롯해 이곳에선 동체지지용 구조물, 중앙동체 구조물, 연장날개 구조물, 날개 구조물 등은 미국 시애틀 등으로 보내져 대형 항공기로 조립 생산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복합신소재 가공 분야는 선진 항공기 제작사들도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성공할 수 있다”며, “보잉 787 국제공동개발 사업을 위한 과감한 설비 투자와 함께 뛰어난 품질 수준을 입증함으로써 보잉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27일 테크센터에서 생산된 부품으로 만들어진 787-9기를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0년에는 에어버스사의 A320 시리즈 항공기 성능개선 사업 국제경쟁 입찰에 참여해 2010년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세계 유수 업체들을 제치고 최종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항공기 부품 제조사업은 테크센터 매출의 절반인 49%를 차지한다.

도현준 항공우주사업본부장(전무)은 “2020년 2조 원, 2025년 3조 원 등 매출 규모를 점차 늘려 대한항공이 운송 서비스와 첨단 기술을 동시에 갖춘 회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보잉 787 항공기 후방동체 구조물(After Body)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