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세계에 각인시킨 주역이 글로벌 시장을 누빈 기업이고, 그 선두에 삼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여론조사 업체 해리스폴의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에서 2014년 7위, 2015년 3위에 이어 지난해에도 외국기업으론 유일하게 7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엔 49위로 급전직하해‘톱10’ 지위를 잃었다. 이번 조사가 ‘삼성 청문회’로도 불렸던 지난해 12·6 국정조사 청문회를 전후한 시점에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갤럭시노트7 발화 외에 삼성의 최순실 스캔들 연루 의혹이 영향을 준 건 분명하다.

대기업에 대한 정치권·특검 등의 전방위 공세가 이어지면서 역풍이 현실화하는 기류다. 지난달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4만6000명이 줄었다. 54개월 연속 증가하다 최근 2개월 연속 감소한 것도, 하락 폭이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10년 9월 이후 최대인 것도 심상찮다. 설상가상으로 대졸자가 선망하는 10대 그룹 중 3곳만이 올해 채용 규모를 정한 상태다. 특검 수사에 휘말린 기업들이 인사·채용·투자 등 일상적인 경영 스케줄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수출은 5.9% 급감하며 세계 6위에서 8위로 주저앉았다. 보호무역 확산,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올해 한국경제의 주력 엔진은 더 식어갈 조짐이다. 이런 마당에 대선 바람을 탄 정치권의 대기업 공격은 강도를 더 높여가고 있다. 야대(野大)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리더십 공백을 겪는 삼성전자를 더 몰아붙여 백혈병 피해 청문회를 결정한 데 이어, 영업기밀까지 포함된 10년치 문건을 요구하는 횡포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규제 개선은커녕 오히려 강화한 야당 법안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무더기로 통과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특히, 세계에서 유례없는 조항까지 망라한 상법 개정안을 두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일 ‘교각살우(矯角殺牛)’ 위험을 공개 경고했다.

정치발(發) 기업 때리기는 한풀이식 광장 정서를 여과 없이 표출하고 있다. 기업 가치는 떨어지고,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치 때문에 국가 브랜드가 추락해서야 되겠는가. 모든 나라가 민간·공공이 손잡고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자해(自害)행위를 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정치의 실패는 곧 부메랑이 되어 경제의 실패로 국민 앞에 닥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