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명품가방에 ‘흥청망청’
아들 대학 등록금·학원비까지

95곳중 91곳 위반적발…부당사용액 205억 달해

원아 430명에 한 해 예산이 28억 원에 달하는 A 유치원 원장은 정부에서 지원된 1억 원이 넘는 보조금을 사적으로 사용하다가 정부 합동단속반에 적발됐다. 두 아들의 대학등록금과 연기 학원 수업료 3900만 원, 원장 개인 구입 차량의 할부금(2500만 원)과 보험료(370만 원), 자동차세 및 과태료(300만 원) 등을 ‘나랏돈’으로 냈다. 교직원 선물용 명목으로 250만 원짜리 명품가방도 샀다. 경조사비에 쓴다며 3200만 원을 원장 개인계좌로 이체해 사용하고, 심지어 노래방 비용(874회, 3000만 원)을 유치원 비용 증빙서류로 첨부해 제출했다.

B 유치원장은 자신의 외제차량 3대를 유치원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는 구실로 차량 보험료 1400만 원을 보조금에서 꺼내 썼다.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830만 원도 정부 지원금으로 대납했다. 2500만 원 상당의 도자기와 3300만 원짜리 글라스를 구매한 뒤 ‘학부모 선물용’이라고 둘러댔다. 주점에서 150만 원어치의 술을 마시고 유치원 비용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C 유치원은 유통기한이 4∼5개월 지난 어묵과 떡볶이, 돈가스 등 부실 식재료를 냉장고에 보관해 오다 단속반에 걸렸다. 포장 일자와 유통기한 표시 없이 밥을 냉장고에 보관하고, 특별 활동 요리 실습용으로 사용하는 조리기구를 제대로 청소하지 않은 D 유치원도 정부 단속에 적발됐다. 자신과 아들·딸 명의로 유치원과 관계없는 회사를 세운 뒤 부당거래를 하다가 적발된 원장들도 있었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해 10월부터 9개 대도시 지역의 95개 시설(유치원 55곳·어린이집 40곳)을 대상으로 회계집행 및 급식·위생 점검을 실시한 결과, 91개 시설에서 609건의 위반사항과 205억 원의 부당사용 금액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기관 거의 전부가 국민 세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이다. 정부는 이 중 8곳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 및 고발 조치하고, 이들 시설과 거래한 탈루 의심업체 19곳에 대해서는 세무서에 통보했다. 부당 사용액에 대해서는 환수 등 행정처분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비리 재발방지를 위해 수입 항목을 ‘정부 지원금’과 ‘정부 보조금’ ‘학부모 부담금’으로 회계 구분토록 하는 등 재무회계집행기준을 개선하고 회계관리 전산 입력 정보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