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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발달장애 극복’… 音大 졸업 앞둔 김다빈 씨

“첼로는 제 인생 자체예요.”

발달장애를 음악의 힘으로 극복하고 첼리스트를 꿈꾸는 대학생 김다빈(24·사진) 씨는 어머니 유한숙(53) 씨가 “첼로로는 먹고 살기 어려우니 다른 직업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물을 때마다 한결같이 이렇게 답했다. 김 씨는 첼로를 연주하면서 자신이 비장애인에게 뒤질 게 하나도 없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오히려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어릴 때부터 집중력이 떨어져 고생을 해왔다. 한 살 어린 동생이 태어날 때쯤 다른 아이와는 다르다는 게 확연해지자 어머니 유 씨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내린 진단은 ‘자폐성 장애 3급’. 유 씨는 21일 “아들이 장애인인 걸 알았을 때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고 울먹였다. 유 씨는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냈으나, 김 씨는 자꾸 겉돌기만 했다.

그러던 김 씨가 뭔가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건 6세 때 처음으로 악기를 접하면서였다. 김 씨가 홀로 외로워하는 걸 지켜본 어린이집 교사는 당시 유 씨에게 “피아노라도 가르쳐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그때부터 김 씨는 피아노와 친구가 됐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 취미의 하나로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콩쿠르에 나가 여러 차례 입상할 정도로 연주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 결과 고교 1학년이 되던 해에는 그의 연주를 지켜본 소외계층 지원 법인 ‘하트하트재단’ 관계자의 권유로 재단이 운영하는 발달장애 청소년 현악 앙상블 창단 멤버로 입단할 수 있었다. 이후 김 씨는 발달장애인들이 초·중·고교를 찾아 비장애인 학생에게 강연을 하며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하트하트재단의 ‘햇빛스쿨’ 프로그램에도 참여, 주 2∼4회씩 순회 독주회도 열었다.

자신의 연주를 듣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며 첼로의 매력에 흠뻑 빠진 김 씨는 음대에 진학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하루 7∼8시간씩 연습했다.

물론 자폐 증세가 있는 김 씨에게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강행군’은 만만치 않은 정신적 고통을 가져다줬다. 소리를 지르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김 씨는 결국 어려움을 극복해냈고, 2012년 경쟁률 4대 1이 넘었던 삼육대 음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학기마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던 김 씨는 오는 8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유 씨는 “첼리스트가 되는 길이 험난하겠지만, 이제는 아들이 원하는 꿈을 응원하기로 했다”며 “다빈이의 연주가 장애를 겪고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