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영화의 주·조연 배우 구분이 애매하다. 보통 영화의 중심을 잡으며 분량도 많이 나오는 배우를 ‘주연’이라고 하지만 개성 있는 연기로 주연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조연도 많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원톱’ 주연의 역할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영화 2편이 관객과 만난다. 22일 나란히 개봉하는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심리 스릴러 ‘23 아이덴티티’와 화려한 총기 액션이 돋보이는 범죄 스릴러 ‘존 윅-리로드’(감독 채드 스타헬스키)이다.

‘23 아이덴티티’ 맥어보이

실존했던 다중인격자 열연
근육 모습까지 다르게 표현

이미지 크게보기 제임스 맥어보이는 영화 ‘23 아이덴티티’에서 한 사람 속에 내재 된 다중인격을 연기했다. 맥어보이의 열연으로 여러 명의 배우가 등장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UPI코리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23 아이덴티티’는 주연배우 제임스 맥어보이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주기 위해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열연이 빛난다. 이 영화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학대받으며 자란 트라우마로 23개의 다중인격을 지닌 채 살아가는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이 24번째 인격의 지시로 세 명의 소녀를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케빈의 은신처에 갇힌 소녀들이 탈출을 시도하고, 그 사이 케빈 속 여러 인격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주치의를 만나는 내용이 반복된다.

하지만 샤말란 감독 특유의 연출력과 맥어보이의 완벽한 연기가 조화를 이뤄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전한다. 맥어보이는 제한된 장소에서 펼쳐지는 이 영화에서 학대의 상처를 지닌 본래의 인격을 비롯해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배리, 강박증이 있는 데니스, 뛰어난 리더십을 지닌 여성 패트리샤, 천진난만한 9세 소년 헤드윅 등 8개의 인격을 독창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는 각각의 인격에 따라 의상을 갈아입고, 말투와 행동, 걷는 모습, 근육의 표현까지 다르게 연기하며 여러 배우가 등장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1977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실제 발생한 빌리 밀리건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식스 센스’(1999년) 이후 샤말란 감독이 연출한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북미에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국내 관객의 반응은 호불호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팽팽한 긴장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15세 이상 관람가.

‘존 윅 - 리로드’ 리브스

촬영전 유도·사격 혹독 훈련
거친 액션으로 관객 혼 빼놔

이미지 크게보기 ‘존 윅-리로드’에서 날것 같은 액션을 선보인 키아누 리브스. UPI코리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존 윅-리로드’는 FPS(1인칭 슈팅 게임)를 하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영화 내내 주인공이 정면에 버티고 서서 다가오는 상대 수십 명을 각종 총기로 쏴 죽이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영화는 2015년에 개봉한 ‘존 윅’의 속편이다. 은퇴한 후 아내를 잃은 슬픔에 빠져 살다가 자신이 아끼던 애완견을 죽인 범죄조직원에게 복수한 후 다시 업계를 떠나 조용히 살기를 원하는 전설의 킬러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또 다른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았다. 존 윅은 피로 맺은 킬러의 룰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로마로 가 암살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 수행 후 함정에 빠진 존 윅은 뉴욕 거리에 깔린 킬러들과 끝없는 대결을 펼친다.

계속 총만 쏴대는 영화지만 키아누 리브스의 날것 같은 아날로그 액션이 짜릿한 쾌감을 전한다. 촬영 전 수개월 간 유도와 주짓수, 사격 등 혹독한 훈련을 받은 리브스는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해내며 작품의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거친 맨몸 액션과 화려한 자동차 추격장면으로 몸을 푼 그는 로마 고성을 배경으로 여기저기서 달려드는 적을 거침없이 제압하며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뉴욕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리샤오롱(李小龍)의 ‘용쟁호투’와 같이 거울로 채워진 공간에서 혈투를 벌인다.

1편보다 확장된 킬러들의 세계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킬러의 ‘비무장지대’인 콘티넨털호텔 경리부에서 킬러끼리 현상금을 접수하는 장면 등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연령대별로 다를 듯하다. 현란한 컴퓨터그래픽(CG) 액션에 익숙한 젊은층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