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빈 변호사 박사 논문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필요”

요직을 거친 검사 출신 변호사가 검찰의 수사 실무 관행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어느 때보다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검찰권 남용’과 관련해 전직 검사의 날선 비판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대검찰청 공안 1·2과장을 지낸 임수빈 변호사는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이라는 주제의 서울대 법학박사 학위논문에서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에 검사의 의도 개입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 △수사 중인 사건과 별개인 사건을 통해 대상자를 압박하는 ‘별건 수사’ △변호인 없이 피의자를 독대해 압박하는 ‘면담’ 관행 등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우선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작성자인 검사의 의도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며 “가공의 사실을 걷어낼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조서에 대한 시비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압 수사를 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너무 쉽게 인정된다는 점”이라며 “검사 신문조서도 다른 수사기관의 신문조서처럼 당사자가 법정에서 그 내용의 진실을 인정할 때에 한해 엄격히 증거능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의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의 ‘양형기준제’를 모델로 한 ‘기소기준제’ 도입을 제안했다. 임 변호사는 “이는 객관화된 기준에 따라 산정한 점수로 기소를 결정하므로 검사의 자의가 개입할 여지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수사 중인 사안과 별개인 사건을 파헤쳐 얻은 증거나 약점 등을 활용해 피의자를 옭아매는 별건 수사 관행과 검찰이 변호인 없이 피의자를 독대해 기록도 남기지 않고 압박하면서 이를 ‘면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관행도 강압적 수사 방식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임 변호사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PD수첩 관계자들에 대해 ‘기소는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지휘부와 갈등을 겪고 검찰을 떠났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