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보도 관련 공식 부인

말레이 경찰 “가족에 우선권
2주간 연락없으면 다음 방안”
현지언론 “北에 인도될 우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유가족이 중국 정부를 통해 시신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중국대사관은 이를 공식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주재 중국대사관은 최근 우리 정부 측이 “김정남 유가족 측으로부터 시신 인도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공식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주요 외신들은 “김정남의 부인 이혜경이 시신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말레이시아 주재 중국대사관에 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 경찰은 1차 수사 결과를 발표한 19일 김정남과 유가족의 DNA 대조 절차를 밟지 않으면 ‘다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시신의 북한 인도 여부가 주목된다.

누르 라싯 이브라힘 경찰청 부청장은 이날 수사 진행 상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시신 인도와 관련해 “유가족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뒤 “법적으로 가족이나 친지가 직접 나와 시신을 확인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2주간 유가족이 나타나는 것을 기다리고, 그때까지 연락이 없으면 다음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김정남의 유가족은 북한의 위협이 두려워 마카오와 중국 당국의 신변 보호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유가족이 위험을 무릅쓰고 말레이시아로 이동해 김정남의 시신을 인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중문 매체인 ‘중국보’ 등 현지 언론들은 김정남의 시신이 조만간 북한 측에 인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 해당 매체들은 “북한이 시신 인도를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만큼 사망 2주일의 시간이 지나면 북한에 시신이 넘어갈 우려가 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정남 암살 사건 주범들이 북한 국적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 말레이시아 정부로서도 가해자에게 피해자 시신을 넘기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더구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한밤중 돌발 기자회견을 통해 부검과 시신 인도 거부를 거칠게 항의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초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한 측의 태도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정남 가족이 시신 인수 의사 표시가 없을 경우에도 북한에 김정남 시신을 인도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알라룸푸르 =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