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 제재 해제 또 언급
“관계개선 지속적 추진” 밝혀

틸러슨, G20서 러외교 회동
“우크라 협정 준수하라” 요구
매티스국방 “군사협력 안해”

러시아 스캔들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에 대한 구애가 계속되고 있지만 외교·국방 수장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선을 긋고 나섰다.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낙마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연계 의혹에 대한 수사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행정부 내에서는 대러 정책 속도에서 엇박자가 나는 모습이다.

16일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플린 보좌관이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대러 제재 해제 등을 논의한 것에 대해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가 논의하지 않았다면 내가 지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플린 보좌관 해임은 러시아 측과의 부적절한 접촉이 아니라 거짓 보고가 원인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매우 강력한 핵보유국이고 러시아도 그렇다”며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쁜 일이 아니다”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대표적인 친러 인사로 분류되는 틸러슨 장관은 양국 관계 개선 속도를 조절하고 나섰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독일 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공통점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공통점을 찾는 과정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민스크 협정을 준수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폭력수위를 낮추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분야에서는 미국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익과 가치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미국의 대러 제재와 관련된 사항은 논의되지 않았다.

매티스 국방장관도 러시아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 중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방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와 군사적 수준에서 협력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미·러 간 군사적 협력을 위해서는 “러시아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며 “러시아는 우리가 지구상 성숙한 국가들에 기대하는 것처럼 국제법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이어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이 나토의 주요 위협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은 나토조약 5조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조약 5조는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이를 나토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침략당한 국가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러 정책을 둘러싼 혼선에 뉴욕타임스(NYT)는 “매티스 장관이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국방부 내에서는 매티스 장관이 얼마나 자리를 지킬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