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곳곳서 ‘이민자 없는 날’

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 반발
가게 문닫고 등교거부 줄이어
국회의사당 내 카페 영업 못해
국방부 건물 식당 절반 문닫아
시카고 등선 시위·행진 벌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발한 미국의 시민들이 이민자들의 힘을 보여주자며 ‘이민자 없는 날(Day Without Immigrants)’을 기획했다. 16일 미국의 이민자 출신 자영업자들은 미 전역에서 동맹 휴업에 나섰고, 이민자 출신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한 채 집에 머물렀다.

AP통신, NPR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뉴욕,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보스턴 등에서는 수많은 이민자 자영업자들이 가게 문을 닫고 전면 휴업에 나섰다. 유명인사나 정부 청사의 식당들도 시위에 참여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2012년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혔던 스페인 출신의 미 유명 셰프 호세 안드레스는 워싱턴에 있는 5개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으며, 이 외에도 워싱턴에서는 50개 이상 식당이 휴업했다. 셰프 안드레스는 NPR 인터뷰에서 “미국엔 1100만 명의 기록되지 않은 이민자가 있다”며 “그들은 미국의 일부이고, 그들의 노동 덕분에 우리 농장과 골프클럽, 양조장, 어선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자들의 동맹파업으로 미 의사당 내 상원에 위치한 카페도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했다. 국방부 건물에 위치한 식당들도 직원들이 출근을 거부해 절반 이상 문을 열지 못했다.

동맹 휴업, 등교 거부 외에도 곳곳에서 항의시위와 거리 행진이 벌어졌다. 시카고와 디트로이트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참여한 행진이 벌어졌고,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와 텍사스주 오스틴에도 대규모 시위가 일었다. 히스패닉계 시민단체인 라 라자의 대표 자넷 머기아는 “고용주와 노동자들 모두 함께 서서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에서 이민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크다. 2007년 말부터 미국에서 일하는 외국 출신 노동자는 약 2590만 명으로 증가했다. 또 약 3억2000만 명인 미국 인구 중 외국 태생 또는 귀화 미국인이 13%로 4160만 명에 달한다. NPR는 식당 종업원 중 이민자가 710만 명에 달한다며,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4명 중 1명은 외국 출신이라는 통계도 있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도 이민자들이 한 해에 1070억 달러(22조6540억 원)의 소득세를 내고 있다며 이민자들이 없으면 결정적인 타격을 맞게 된다고 전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