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의 신자들이 대한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 대선주자들 본격 검증 나서

性소수자·차별금지法 찬반 등
문재인·안희정에 입장표명 요구
동성애 지지 땐 ‘낙선운동’ 압박

진보개신교는 性소수자와 소통
불교도 차별금지法 추진 적극적
종교계 票心 절실한 주자들 곤혹

보수 개신교계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의 동성애 등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을 본격 검증하고 나서 이 문제가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차별금지법 찬반 여부와 함께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입장은 종교마다 다르고 또 개신교 내에서도 엇갈려 종교인구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대선주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국내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동성애 및 차별금지법에 대한 공동 대처를 위해 조직한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한동협)는 14일 성명을 내고 “충남도와 대전시가 입법 예고한 인권조례와 시행규칙을 즉시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보수 개신교계는 이 인권조례가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인 표현을 하게 되면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로 처벌을 받는 사실상의 차별금지법으로 보고 있다.

한동협은 우선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 입장을 밝혀 온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를 겨냥하고 있다. 이 단체의 전문위원이자 대변인인 길원평 부산대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다수 기독교인이 포함된 국민이 반대하는 인권조례를 강행한다면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투표권 등 국민의 권리를 통해 강력하게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길 교수는 이어 “이는 후보의 입장과 공약을 물어보는 검증작업이며, 기독교인과 소신이 다를 경우 이를 경고하고 기독교인에게 널리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소수자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입장을 검증하고 사실상 선거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충남기독교총연합회 목사 10여 명은 지난 10일 안 지사를 찾아가 인권조례안 폐지를 요구하고, 강행할 경우 충남 3200여 개 교회와 함께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안 지사는 성소수자의 보편적 인권을 강조하면서도 “우려되는 문제점과 악영향 사례 등을 면밀히 들어보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대선 지지율 1위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3일 한기총과 한교연을 방문한 자리에서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서는 안 된다’는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에 대해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성소수자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으로 이들 단체 측이 전했다. 이는 문 전 대표가 과거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언급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개신교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진보 진영은 성소수자와의 소통과 이해를 모색하는 활동을 꾸준히 벌였으며, 이와 관련해 보수 측과 갈등을 빚어 왔다. 타 종교의 경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차별 없는 공정한 세상을 위해 차별금지법이 입법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며 차별금지법 지원을 올해 최대 역점사업으로 밝힌 바 있어 대선 주자들이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했을 때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관심사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