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한변협 회장 당선자
“美 대다수州 20만∼50만원”

일각선 訴따라 감액·면제 주장

너무 비싼 인지대가 자칫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다양한 해법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처럼 인지대를 정액제로 하자는 주장부터 상한선을 둬서 점진적으로 인지대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당선자는 1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는 인지대 ‘정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이게 너무 급작스럽다면 차선책으로 인지대 한도를 정하는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당선자는 미국은 거의 모든 주가 소가와 상관없이 20만∼50만 원의 정액 인지대만 내면 큰 금액의 소송이라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법원의 경우 소가에 관계없이 1심은 350달러, 2심은 450달러이고 뉴욕주 법원에서 1심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균일하게 200달러를 인지세로 낸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미국은 법원 문턱이 너무 낮아 연간 1800여 만 건이 접수되는 소송 천국이 됐다”며 “이를 따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가에 따라 인지대가 커지는 소가연동제를 두되 동시에 인지대 상한제를 두는 방법이 우선 고려될 수 있다”며 “개별 소송의 특성에 따라 인지대를 감액 또는 면제해주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이시윤 변호사도 “이미 조세체납 처분의 취소 소송, 제도권의 증권 관련 집단 소송에서는 인지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인지상한제를 확대시켜 큰 사건에서 버거운 인지 부담을 덜어 법원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엽 변호사도 “일률적으로 소가에 비례해 책정하는 것보다는 정액제와 상한제를 병행해 과도하게 부과되는 인지대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소송의 남용을 막는다는 인지대 본래 목적을 지키기 위해서는 차라리 소송의 하한선을 두고 사법 심사를 받을 가치가 있는 사건만 재판을 받도록 하고 대신 상한선을 낮춰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혹시 침해될 소지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공익 소송이 아닌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본인의 사법 구제, 사익의 추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최소한의 비용일 수 있다”며 “다수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소송이나 공공의 성격, 공공의 이익이 강조되는 소송에서는 인지대를 현저히 낮춰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소송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인지대 부담보다는 다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민재 변호사는 “소송일변도의 분쟁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대체적 분쟁 해결 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법원이나 변호사단체의 조정을 거친 경우에는 인지대를 과감하게 감액해 주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민병기·이후연·김리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