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부인 장성택 처형에 이어 이복형인 김정남마저 독살(毒殺)한 김정은의 통치 행태는 북한에 최소한의 인권(人權)조차 존재하지 않음을 새삼 보여준다. 3대 세습을 거치면서 북한 인권 문제는 갈수록 나빠졌고, 김정은 집권 이후엔 무차별 공개처형이 수시로 자행되고 있다. 권력 실세들도 이 지경인데 일반 주민들의 인권 유린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2005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되고, 미국·일본 등이 강력한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시행 중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작 대한민국은 이런 상황을 외면해왔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인권법이 2005년 처음 발의된 이후 11년 만인 지난해 3월 겨우 제정되고 9월부터 시행됐으나 더불어민주당의 발목잡기로 무력화(無力化)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야당의 대북관(對北觀)은 여전히 불안하다. 김정남 독살과 관련, 민주당은 첫 논평에서 “남북 정세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차분한 대처가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의당 역시 “긴장 관계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남북관계 긴장 걱정부터 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핵 문제와 함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북한인권법을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 그런데 핵심 기능을 수행할 북한인권재단이 구성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몫 이사 4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문재인 전 대표가 2007년 유엔인권위의 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 북한 입장을 먼저 확인해보자고 했다는 주장도 있다.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법 제정 1년이 되도록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데 대한 개탄이 나왔다. 인권 문제는 원래 민주·진보 진영이 더 앞세우는 가치임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이런 입장은 대북 굴종이거나 반(反)인권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