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만한 성장세 이어가겠지만
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가계대출 124조 늘어 사상최대

‘앞으로 국내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으나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은행이 15일 2월 임시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올해 국내 경제를 진단하며 언급한 표현이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국내 정치 불안으로 불거진 대내외 불확실성이 한은의 경제 전망에도 짙게 드리우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업무보고 자료에서 대내외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각각 5차례, 3차례나 언급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경기 전망도 불투명한 셈이다.

한은은 먼저 올해 세계 경제에 대해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정책 등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및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이어 올해 국내 경제에 대해서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특히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Fed의 금리 인상 속도, 국내 경제주체의 소비 및 투자 심리 향방이 잠재된 불확실성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한은은 지난 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내수 부진 심화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한은의 통화신용정책 운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은은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그 영향,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이,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말 가계대출 잔액(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1154조6000억 원으로 1년 동안 124조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110조1000억 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치다. 특히 보험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지난해 55조1000억 원 늘어 2015년(31조9000억 원)보다 72.7% 증가한 반면 은행 가계대출은 68조8000억 원 늘어 2015년(78조2000억 원)에 비해 12.0% 줄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