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암살 용의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여성 2인조 암살자(킬러)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KLIA2) 앞에서 길을 건너고 있다. 15일 현지매체인 ‘더스타 온라인’은 지난 13일 오전 9시 26분에 찍힌 KLIA2의 CCTV 영상을 보도하고 “경찰이 티셔츠와 짧은 하의를 입은 여성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전했다. 오른쪽 사진은 10일 교도통신이 데일리NK를 통해 입수한 김정남의 최근 모습. 연합뉴스

국정원, 국회 정보위서 밝혀…“독극물 암살” 확인
“남은 가족 中서 보호… 김정은에 살려달라 편지도”
말레이시아 경찰, 암살 용의자 여성 2명 공개추적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5일 “북한은 5년 전부터 김정남을 암살하려고 계속 시도해왔다”며 “현재 김정남의 남은 두 가족은 중국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김정남은 독극물에 의해 사망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피살된 현지 공항의 CCTV를 분석해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 2인조 암살자의 공개추적에 들어갔다.

이 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중국이 김정남을 신변보호하고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하고 있었다”고 답변하면서 김정일 사망(2011년 12월 17일)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김정남 암살 시도를 했다고 언급했다. 또 이 원장은 “김정남이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응징명령을 취소해 달라’면서 ‘저와 제 가족을 살려달라’고 했다”며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도 마카오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김정남 암살 이유에 대해 “(김정은의) 성격 탓이지 않겠느냐”면서 “그게 그날 이뤄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의 사망시각은 13일 오전 9시 30분쯤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김정남의 두 가족은 본처와 내연녀 측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현지매체인 더스타 온라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지 공항의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범행 상황을 공개했다. CCTV 영상에는 평범한 여행객으로 위장한 신원 미상의 여성 2명이 출국장에 있는 김정남 뒤로 접근했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 1명은 단발머리에 흰색 긴소매 티셔츠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셀랑고르주 범죄 조사국의 파드질 아흐마트 부국장은 “여성들은 김정남의 뒤를 낚아챈 뒤 얼굴에 독극물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렸다”고 말했다.

우리 정보 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말레이시아에 머물던 김정남은 신변의 위협을 느꼈는지 택시 대신 공항버스로 쿠알라룸푸르 도심에서 약 80㎞ 떨어진 공항으로 향했으며 마카오행 항공편에 탑승하기 한 시간 전에 봉변을 당했다. 김정남은 마카오행 비행기에 별도의 짐을 부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했다. 황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정부는 이번 사건이 심히 중대하다는 인식 하에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북한급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북·중 접경지역에 1000명의 병력을 증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둥팡왕(東方網)은 이날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군이 김정남 피살 소식이 전해진 14일 저녁부터 15일 새벽까지 북·중 접경의 일선 초소에 1000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정충신·김동하·박준희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