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딛고 ‘뉴욕 패션위크’ 모델로 등장 ‘잔잔한 감동’

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패션쇼에 모델로 등장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과 같이 암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무대에 섰다.

1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뉴욕 패션위크(9∼16일) 중 지난 11일 열린 디자이너 달리아 맥피의 패션쇼에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11명의 환자가 모델로 무대에 등장했다. 이날 행사는 ‘‘YES!’라는 비영리 단체가 항암 치료 중인 암 환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암 환자들이 무대를 걸을 때 비욘세가 리더였던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서바이버’가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왔다.

이날 모델로 선 암 환자 중 한 명인 티파니 스완츠(여·34)는 5년 전인 29세에 수담관과 간에 암 진단을 받고 투병을 하던 중 이번 행사 제의를 받고 패션쇼에 참석했다. 그는 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고 현재는 암이 폐까지 전이된 상태다. 이 때문에 수년째 항암 화약치료제를 투여받고 있다. 그는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둘째 아이를 낳은 지 2년밖에 안됐던 때였다”며 “젊은 주부에서 하루 종일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앨라배마 헌츠빌에서 뉴욕 맨해튼까지 1500㎞를 날아왔다.

스완츠는 행사 참석 전날 호텔 거울을 보면서 “나는 괜찮다”는 주문을 되뇌었다. 그는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빠진 머리를 가리기 위해 갈색 가발을 쓰고, 달리아 맥피의 옅은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패션쇼 무대를 걸었다. 그는 “아름다운 옷과 멋진 보석을 걸치고 보낸 하루는 내가 단순히 암 환자라는 생각을 벗어나게 해줬다”며 “앞으로 5년은 더 버틸 힘을 얻었고, 나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1150㎞ 떨어진 인디애나 그린우드에 사는 빌 래미(60)도 대장암을 앓고 있는 몸으로 이날 패션쇼에 참석했다. 뉴욕에 난생처음 왔다는 래미는 이날 무대에 선 유일한 남성 모델이었다. 그는 ‘삶을 살자, 삶을 사랑하자’는 글귀가 쓰인 스웨터를 입고 무대를 걸었다. 그는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시집을 가고, 손주를 낳는 것을 못 보겠구나’였다”며 “하지만 지난해 여름에 이 3가지를 모두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삶이 좀 더 주어진 만큼 모델로 무대에 서는 것이 내가 다른 사람(암 환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