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노조 타개방법, 한가지는 한국경제 파탄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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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교수, 著書에서 지적

“외부 시민사회와 교류통해
‘기업시민’으로 탈바꿈해야”

“여행은 시작됐지만, 길은 안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소위 ‘귀족노조’를 집중 분석한 신간 ‘가 보지 않은 길’을 내놓은 저명한 사회학자인 송호근(사진) 서울대 교수는 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경제의 앞날에 대해 이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송 교수는 “현대자동차 작업장 내부가 누구도 손댈 수 없는 ‘난공불락’이 된 상태를 개혁하지 않으면 향후 10년 내 급변하게 될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이라는 ‘가 보지 않은 길’을 절대 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여행’은 시작됐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길’을 못 찾고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작업장 내부의 모든 규칙부터 시작해 노동규칙 등이 노조에 의해 완전히 장악돼 있다”며 “국민이 그걸 알게 되면 ‘미래가 없다’고 말할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귀족노조의 폐부를 건드린 책을 세상에 낸 이유다.

송 교수는 귀족노조 탄생 배경을 최고의 기술력과 단순 노동력의 결합에서 찾았다. 그는 “경영과 노동이 서로 극단적인 길을 가면서도 성장은 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 노조의 호전성을 ‘돈’으로 메우게 돼, 노조는 ‘많은 보수·적은 노동·긴 고용’이라는 3가지 혜택을 얻어냈다”고 정리했다. 작업장에서는 ‘노동자’이면서도 연봉 9000만 원이 넘는 중산층이라는 ‘이중적 정체성’, 탈숙련화로 인해 장인정신의 발휘나 장인이 갖는 지도력과 관리력의 상실이 현재 현대자동차 노동현장을 탄생시켰다는 분석이다.

특히, 송 교수는 노조가 회사 발전 기여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성과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가 기여한 것 이상으로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지금 울산공장의 생산성은 미국과 중국의 절반 수준인데도 임금은 최고로 받는다는 사실은 노조의 큰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노조는 지금도 계속 임금 인상 투쟁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귀족노조를 타개할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고 송 교수는 진단했다. 송 교수는 “한국 경제가 완전히 파탄 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노조가 정신을 차릴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노조원들이 스스로 외부의 단체와 적어도 하나의 멤버십(1인 1멤버십)을 갖고 얘기를 시작해 외부 시민사회의 쟁점이 노조 내부로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울산지역 시민단체들이 현대자동차 노조는 난공불락의 철옹성 같다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며 “외부 시민사회와의 교류를 통해 ‘기업 시민’(corporate citizen)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