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에 맞설 뜻 밝혀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경조정세를 도입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하고 사전 정지 작업에 들어갔다. EU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국제규정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어서 향후 양측 간 무역분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를 중심으로 한 대미 교역국들이 미국의 국경조정세 도입 시, 이 문제를 WTO로 가져가기로 하고 준비 작업 중이라고 보도했다. EU 통상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이위르키 카타이넨 EU집행위 부위원장은 “유럽은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피하고 싶다”며 “하지만 EU는 미국이 국경조정세를 도입하거나 기타 임의적인 무역 장벽을 세운다면 이에 맞설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EU는 내부에 법적인 규정을 갖추고 있지만, WTO와 같은 국제적인 협약의 일원으로 무역에 있어 국제적 법규를 준수한다”고 말해 미국의 국경조정세 도입 시 WTO 제소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미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 의장과 케빈 브래디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은 국경조정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국경조정세는 미국에 수입되는 중간재 등을 기업 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수입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미국산 제품 사용이 늘어나 미국 내 일자리가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법인세 시스템을 흔들어놓는 것이다. 또 국제 조세 조정은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로 해야 한다는 WTO 규정에도 어긋난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미국에 부가가치세가 없어 공정하지 못한 규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국경조정세는 WTO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WTO 무역 분쟁 전문가인 채드 브라운은 미국이 WTO에서 패소할 경우 연간 3850억 달러(약 442조570억 원)에 달하는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