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가세… 朴측 ‘정면승부’로 선회

이미지 크게보기악수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에 합류한 이동흡(가운데) 전 헌법재판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심판 13차 변론기일에 처음 참석해 국회 측 변호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심판 변론서 전면 배치
李 “朴, 파면당할 잘못 안해”

강일원 “李 변호사 합류 하니
이제서야 탄핵심판같은 모습”

안봉근, 출석 밝힌뒤 안나와
憲裁는 “安 증인채택 철회…
고영태 녹취록 29개 증거채택”

박근혜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관 출신 이동흡 변호사를 영입하며 탄핵 심판 ‘정면 승부’에 나섰다. 그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퇴임(3월 13일) 전에 탄핵 심판 선고가 나는 것을 미루기 위해 ‘법률대리인단 전원 사퇴’ 등의 의사를 내비쳤던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14일 열린 변론기일부터 이 변호사는 전면에 나서 박 대통령 측의 소송을 지휘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서석구 변호사가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 시작에 앞서 태극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 변호사는 이날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요한 법 위반이란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적극적인 법 위반을 말한다”며 “박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근본 질서를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 의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이례적으로 “이동흡 변호사가 와서 변론하니 (이제 탄핵심판 재판 같고)형사재판 같지 않은 모습”이라며 “그동안 대통령이 피고인인 것처럼 진행돼 매우 안타까웠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헌재 안팎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에 ‘선고 지연책’과 ‘정면 법리 싸움’ 두 가지를 모두 구사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변호사는 탄핵 소추 사유에 정면으로 대응하며 “삼성 관련 뇌물죄가 입증되지 않는 한, 대통령이 문화융성이라는 정책 수행과정에서 삼성그룹에 후원을 부탁한 행위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역행한다는 적극적 의사를 갖고 있다거나,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권력 주변에 기승해 호가호위하는 무리가 있었고, 사전에 제거하지 못한 대통령의 잘못은 나무랄 수 있으나 파면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대통령 측에 출석 의사를 밝혔던 안봉근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또다시 헌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헌재는 “안봉근 증인은 (증인 채택에서) 철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안 전 비서관의 증인신문은 박 대통령 측의 요청에 따라 잡혔던 일정이었다. 이미 지난 1월 5일 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소환됐던 안 전 비서관은 그동안 소재지 불명 등의 이유로 출석요구서조차 전달되지 않은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선고를 미루기 위한 수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소추위 측은 이날까지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과 관련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오전 재판에서는 이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헌재 직접 출석도 탄핵 심판 선고가 미뤄지는 또 하나의 변수다. 2월 말이나 3월 초에 직접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오는 3월 13일 이전에 선고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오전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개인적 판단은 불출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헌재는 이른바 ‘고영태 녹취록’ 29개를 증거로 채택했다. 이는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가 나눈 2000여 개의 녹음파일 중 일부를 기록해 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고영태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국회 측은 “(국정농단 입증 내용이 있어) 우리에게 유리한 증거”라고 밝혔다.

이후연·김성훈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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