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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통령과 골프 - 1 골프장서 내린 결단

2011년 5월 1일 일요일 오후 2시 4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메릴랜드의 앤드루 공군기지 영내 골프장에서 라운드 도중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부터 급보를 전해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9번 홀 페어웨이에서 7번 아이언을 들고 세컨드 샷을 하려던 차에 보고를 받았다. 2시간 전 파키스탄으로 급파된 네이비실 요원들이 9·11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이 숨어있는 아지트로 잠입했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은 알카에다의 수장을 붙잡기 위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임기 8년까지 합쳐 꼬박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 작전은 알카에다와의 전쟁 중 클라이맥스였다. ‘빈 라덴을 미국으로 송환시킬 것인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처럼 후환 없이 현장에서 사살해 버릴 것인가,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은 마음의 정리가 필요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번 홀에서 카트에 놓인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대통령으로서 어쩌면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한 손으로 골프채를 든 채 햄버거를 씹던 오바마 대통령은 마음의 결단을 내린 뒤 현장 요원에게 지시했다. 명령은 즉시 파키스탄에 전달됐고, 빈 라덴은 미군 특수부대 요원들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 사랑은 역대 어느 대통령에게 뒤지지 않는다. 백악관 입성과 함께 영부인의 권유로 골프를 즐겼으며 재임기간 중 라운드한 시간은 전임 부시 대통령의 2배가 넘었다. 거의 매주 한두 차례씩 필드에 나갔고 대통령 3년 차에 이미 70회 라운드를 넘겼다. 정직한 골퍼로 알려진 그는 타수를 속이지 않았고, 벙커 샷 후엔 손수 모래를 정리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남발했던 ‘멀리건’도 없었다. 스스로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라고 여겼으며, 싱글 골퍼의 꿈을 안고 개인 레슨까지 받았다.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1990년 8월 2일. 당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휴가차 메인주 해변에 위치한 케너벙크코트 골프장에서 프로와 함께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벙커에 있는 물속에 볼이 들어갔구먼, 벌타가 있나?” 부시 대통령의 ‘뻔한’ 질문에 코치는 “비가 와서 물이 고일 때는 벌타가 없다”고 대답했다. 5분 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다는 보고를 받은 부시 대통령은 한 홀이라도 더 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차였다.

보다 못한 참모가 “여론의 원성 때문에 지체할 수 없다”며 채근했고,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3주가 지나서야 처음으로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발표,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을 마치고는 황급히 남은 휴가를 채우기 위해 다시 휴양지로 떠났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가운데 골프를 즐겼다. 카트에 앉아 이라크 사태를 논하는 부시 대통령을 향해 언론은 군인가족들의 눈물을 오버랩시키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이처럼 도가 지나쳤던 부시 대통령의 골프 사랑은 ‘조상’에서 비롯됐다. 부시 대통령의 할아버지는 미국골프협회 회장을 지냈고, 부인 바버라 여사의 집안 역시 골프협회장을 배출한 전통 있는 골프 가문이었다.

아마추어 수준을 넘었던 부시 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공식 시니어대회에 참가해 71타를 남길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

이미지 크게보기 ‘왼손잡이 골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워싱턴 DC 인근의 공군기지 영내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