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상대 ‘희망·공포 마케팅’
인권위 등 규제요청에도 여전

학원 등 사설 교육기관들이 외부적으로는 주요 명문대 합격자 현수막을 내걸고, 내부적으로는 성적이 떨어진 학생의 명단을 공개적으로 게재하는 등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희망마케팅’이나 ‘공포마케팅’의 효과 때문에 이 같은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과도한 학벌 문화 조장을 이유로 각 시·도 교육청에 감독·지도를 요청했으나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양천구의 한 재수학원에 다니는 김모(20) 씨는 매일 학원을 찾을 때마다 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김 씨는 10일 “학원 밖에 합격자 이름과 사진이 담긴 대형현수막을 걸어놓고 학원 내부에선 자체 시험이나 매월 모의고사 때마다 성적을 공개해 ‘서울대 가능권’ ‘SKY 가능권’으로 학생을 분류한다”며 “원하는 등급을 받지 못했을 때 매번 비참한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강남구 입시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양모(여·48) 씨는 “아들이 학원 광고물을 보고 자극받기를 원해 그런 학원에 보냈지만 학벌 사회로 아이를 몰아넣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대부분 학생은 이미 학벌 문화에 익숙해져 문제점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사설학원은 교육청 규제를 크게 받지 않아 학생기록부까지 공개하며 자체 성과를 홍보하는 일이 만연하다”며 “‘여기 다니면 합격한다’는 희망마케팅이나 ‘여기 안 다니면 뒤처진다’는 공포마케팅이 효과도 가장 높아 쉽게 이러한 관행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학원의 영업성과를 홍보하는 차원이고,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