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소강석(오른쪽) 목사와 존 코닌 미 상원의원. 새에덴교회 제공

美 국가조찬기도회 참석한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밝혀
“철학·소신 뚜렷한 느낌 받아”

미국 근본주의 기독교도들의 지지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의 정치 참여를 금지하는 존슨 수정헌법(존슨법·Johnson Amendment)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잇따라 밝히면서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 선거 기간에도 이를 공약했던 트럼프는 지난 2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대통령 당선 후 첫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라는 용어를 쓰며 존슨법의 폐지를 다시 확인했다.

이날 미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초청돼 참석한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의 소강석 담임목사는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존슨법 폐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법의 폐지를 자신이 보장하겠다고 장담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1954년 만들어진 존슨법은 세금 면제 혜택을 받는 교회 혹은 비영리단체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등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목사가 교회에서 설교 중 이를 어기면 면세 혜택을 박탈당할 수 있다. 이 법안이 폐기되면 사실상 개신교 국가인 ‘슈퍼파워’ 미국에서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이 흐려져 미국 정치는 물론 타 종교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보수 개신교 목회자인 소 목사는 “트럼프는 존슨법이 종교의 자유를 억압했다고 규정하고, 이를 철폐하겠다는 논리를 폈다. 반대도 있겠지만, 목회자로서 설교에서 무엇이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감동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행사의 헤드테이블에 앉아 트럼프의 표정과 태도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며 “언론을 통해 트럼프가 ‘막장 언어’를 쓰는, 거칠고 공격적인 인물로 이미지화돼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차분하고 철학과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피력했다.

서구 주요언론은 이날 트럼프의 연설에 대해 ‘종교 국수주의’라는 지적과 함께 종교 자유를 명목으로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소 목사도 “트럼프가 말한 존슨법 폐지를 통한 종교의 자유는 정교분리 원칙뿐 아니라 성소수자 차별금지 등에 의해 교회가 위축되는 역차별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종교가 이 또한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해석했다. 성소수자 등에 대한 국내의 차별금지법 추진에 반대해온 소 목사는 “이 법안이 폐지되면 한국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한편 소 목사는 최근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일부 보수적인 개신교회가 신자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촛불집회도 마찬가지지만, 교인들이 자기 뜻에 따라 탄핵반대 집회에 나간다면 문제 될 게 있겠느냐”며 “헌법재판소도 숫자보다는 법리에 따라 판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