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외교장관회의 회담 가능성
예고된 갈등에 관계개선 불투명

일본 정부가 부산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주한 일본대사 일시 귀국을 발표한 지 6일로 한 달을 맞았지만 한·일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발표 사흘 만인 지난달 9일 귀국길에 오른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의 공백 기간이 역대 최장기간(12일)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 6일로 29일째를 맞았지만 한·일 모두 적극적 움직임 없이 기싸움만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의 외교 공세에 한국의 탄핵 정국으로 인한 대응 미비까지 겹치면서 양국 간 접점 모색 노력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으로 파악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독도는 일본 땅’ 취지 발언 등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한국과의 현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대선 주자들 대부분이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 강경한 대일 노선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사전에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될 수 있다. 정부도 외교 컨트롤타워가 없는 데다가 국내적으로도 커진 반일 감정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지난달 26일 일본 쓰시마(對馬)의 사찰에서 도난당한 뒤 한국에 반입된 불상을 원래 소유주인 한국의 부석사로 인도하라는 대전지법 판결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16∼17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등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이뤄져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러나 2월과 3월에는 일본의 강도 높은 ‘캘린더 도발’이 예고돼 있어 한·일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에는 일본 시마네(島根) 현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강행할 예정이며, 3월 중에는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한 일본의 초·중학교 사회과 학습지도요령이 나온다.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이 이뤄지더라도 한·일 관계는 상당 기간 불편한 상황으로 흐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