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럼에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첫 해외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 2일과 3일에 걸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한민구 국방장관, 윤병세 외교장관,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을 만났다. 그의 방한(訪韓) 메시지는 선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고 있음을 전하고, 북핵 위협을 미국의 최우선 안보 현안으로 다룰 것이며, 한·미 동맹을 이간할 수 없음을 밝혔다.핵 전쟁에 대비해 특별 제작된 일명 ‘최후 심판의 날(doomsday)’기(機)를 타고 온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티스 장관은 특히 당면 현안인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드 배치를 ‘한·미 동맹의 결정(結晶)’이라고 규정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재조정은 의제로 제기되지 않았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동맹의 핵심임이 거듭 확인된 것이다. 정부 역시 야권과 친북 단체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미가 합의한 대로 이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는데, 북한의 핵도발 위협과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일 “대북 압박과 사드 한국 배치 등을 논의하는 한·미 고위급회담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촛불시위에 일반 시민들까지 가세한 것은 국정농단을 규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주도 단체가 북핵을 저지하기 위한 대북 압박 및 사드 논의에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촛불 시위를 이런 쪽으로 유도하려는 본색(本色)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이런 세력이 촛불을 주도한다면, 촛불은 본래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4일로 예정된 광화문 ‘사드 토크쇼’도 같은 취지로 보인다. 야 3당 대표와 유력 대선 후보들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의 균열을 부추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