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일 오전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 측이 진입을 거부해 청와대 경계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 등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따라 2일 밤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군사상·직무상 비밀과 관련한 장소를 압수수색하려면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10조 1항과 제111조 1항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도 이런 대치 끝에 청와대가 제출한 자료만 받고 물러났다.

그러나 두 조항의 제2항에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아니면 승낙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내세워 압수수색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특검 수사를 지연시키고 방해하려는 전략으로 비칠 수도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피할 수 없는 절차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 역시 그것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를 헌법 절차에 따라 최대한 빨리 수습해 국정 공백의 장기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모든 국민의 바람이다. 끝까지 기싸움을 벌이면 국민 분노를 더 키우게 된다. 필요하다면 압수수색 범위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정권자라는 해석도 있다. 황 대행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결단을 내리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기관 간 충돌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 된다. 특검과 청와대가 합리적인 해법을 찾되 그게 어렵다면 황 대행이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