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보다 비싼 고급 이발소. 요즘 붐인 ‘바버숍’ 이미지다. 영국 왕실에 직접 드나들며 찰스 왕세자 등 로열 패밀리의 면도와 이발을 책임지고 있는 루크 존 조이스 트루핏앤힐 수석 이발사는 “바버숍의 본질은 편안함”이라고 했다. 가장 오래된 바버숍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영국, 이를 이어받은 미국, 독자적인 남성 살롱이 발달한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후발주자지만, 조이스 씨가 강조한 힐링과 쉼의 공간이라는 측면에선 훨씬 앞서 있다. 남성들은 이곳에서 쉬고, 마시고, 가꾸고, 놀 수 있다.

바버숍의 면도 서비스는 기분 좋은 향을 느끼며 몸도 마음도 피부도 쉬는 시간이다. 커트와 파마, 염색도 가능하다. 바버숍 하면 떠오르는 특정 머리 모양이 있지만 이는 고정관념이다. 미용실과 다를 바 없는 다양한 스타일이 가능하다. 여성들이 없는 공간에서 파마와 염색을 느긋하게 받을 수 있다. 꾸미는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머리만 단정하면 신사인가. 일부 바버숍에선 손톱 정리를 해준다. 머리끝, 손끝을 챙겼으면 이제 발끝. 특수 제품을 사용해 구두를 깨끗하게 닦아주는 슈케어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때 빼고 광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또 솔깃한 게 있다. 바로 술과 담배. 외부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실외로 연결된 공간에 흡연실도 마련돼 있다. 차례를 기다리거나 서비스를 다 받은 후 근사한 라운지에서 위스키나 칵테일, 와인 등을 마실 수 있다. 건너편 신사에게 눈인사도 해볼 수 있겠다.

이렇게 ‘폼’ 나는 바버숍 어디에 있나. 2∼3년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현재 서울 시내에만 수십 군데로 알려져 있다. 이 시장도 이미 포화 상태인데 대체로 홍대 인근과 한남동, 강남 지역에 밀집해 있다. 그중 그루밍족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곳을 추렸다. 마포구 서교동 낫띵앤낫띵(070-4067-2882)과 밤므(02-322-8577),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 자리한 클럽모나코바버(02-772-3678), 용산구 한남동 헤아(02-511-9464), 강남구 신사동 밤므루이스클럽(02-547-4816)과 블레스(02-517-3988), 청담동 트루핏앤힐(02-511-1805) 등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