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중대한 고비에 진입하고 있다. 박한철 전 소장의 임기 종료로 ‘8인 비상체제’가 가동된 첫날인 1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공정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물론, 15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기 때문이다. 절차적 정당성과 심리의 공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정미 소장대행도 “국가적, 헌정사적 중대성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면서 절차적 공정성이 곧 결과의 정당성임을 역설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의 움직임은 무리한 심리 지연책(策)이라는 오해를 받을 만하다. 탄핵 심판은 형사재판과 달리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이 파면할 수준인지 가리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이 이런 취지에 적극 호응하면서 절차 문제를 제기하면 설득력이 클 것이다. 촛불 시위나,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하는 정치권 분위기에 압도돼 탄핵 쪽으로 편향될 우려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국민이 납득할 만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1일 변론에서 “발단은 최순실이 고영태와 불륜에 빠진 것”이라고 규정했는데,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로 읽힐 뿐이다.

이번 탄핵 심판의 핵심은 최 씨 일당의 재단 설립과 모금 등 국가 권력을 이용한 이권·인사 챙기기에서의 박 대통령 역할이다. 이날 헌재에 나온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을 비롯, 여러 증언으로 상당한 정황과 증거가 나와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 측은 합리적 의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않으면서 형사재판하듯 모든 증인을 심문하자는 식이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심판정에 출두해 소명할 것을 요구해왔다. 가장 좋은 것은 박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소명하고,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다. 신속성 때문에 공정성이 훼손돼서는 안 되지만, 국정 공백을 고려할 때 신속 심리에 협력해야 할 의무도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