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이틀째 강제소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강제 소환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국회측, 새 소추사유서 제출
“리스트 적용 거부한 공무원
선별 퇴직 시킨건 反헌법적
문화국가 원리도 위반한 것”

朴측 “입증어렵자 사유추가
국회에서 재의결해야” 반박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반대한 공무원들을 찍어낸 정황이 새로 제출된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서에 명시됐다. ‘블랙리스트 작성·지시’는 박 대통령의 기존 탄핵 소추 사유에 없던 내용이다. 국회 측은 기존 소추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박 대통령 측에서는 새로운 소추 사유를 추가하려면 국회 의결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단장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2일 공개한 새 소추 사유서를 통해 “박 대통령이 리스트 적용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인 문화체육관광부 고위직 간부를 선별 퇴직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소추위 측은 “문화계 지원 배제 리스트 적용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사직하게 하는 것은 친정부적인 예술인만을 육성하는 것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책임을 지는 헌법상 공무원 제도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에도 위반되고, 예술의 자유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측은 기존 소추 사유서를 헌재가 제시한 헌법위배 유형별로 재정리하고 그간 변론과 검찰 수사기록 내용을 덧붙인 새 사유서를 1일 헌재에 제출했다.

소추위 측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이 세월호 참사 이후 문체부에 ‘블랙리스트’를 처음 내려보냈고 △문체부 1급 공무원들이 반대하며 실질적인 ‘블랙리스트 효과’가 발생하지 않자,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면직하고 1급 공무원 6명도 일괄 사표를 제출하게 해 3명을 사직 처리했다고 밝혔다. 소추위 측은 이를 근거로 “대통령에게 부여된 공무원 임면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 측은 “국회 측이 기존 주장했던 소추 사유를 입증하기 어렵게 되자 새로운 소추 사유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국회 동의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하는 만큼 탄핵 심판을 지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를 이틀째 강제 소환했다. 특검팀은 최 씨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에 특정 업체를 연결해 주고, 이 회사의 지분을 넘겨받아 사익을 취하려 한 단서를 확보했다. 최 씨는 이 사업 진행에 도움을 얻을 목적으로 외교관 출신이 아닌 유재경(58) 전 삼성전기 전무를 미얀마 대사에 임명되도록 하고,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직에 김인식(68) 전 킨텍스 사장이 임명되도록 박 대통령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 의심도 받고 있다.

이후연·김만용·손기은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