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정규칙 효과 한계
대학측 점검도 ‘겉핥기식’

학점을 받으며 실무 경험도 쌓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대학생들이 ‘산학협력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단순 사무보조 역할만 맡아 실망하거나 심지어 성추행을 당하는 경우까지 있어 정부의 관리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산학협력 인턴십은 대학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학교와 현장실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실무교육을 하고 학점을 부여한다는 기본 틀은 거의 같다. 문제는 ‘실무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유통업체에서 인턴십을 했던 A(여·25) 씨는 2일 “말 그대로 ‘배움의 꿈’을 안고 인턴을 했지만 내가 한 일은 사무보조 정도였다”며 “기업의 인턴십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현실은 시간 때우기 아르바이트에 가까웠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산학협력 인턴십 중인데 이번 주 내내 8시간 동안 컴퓨터만 한다. 시키실 일 없냐고 물어도, ‘바쁘면 말해주겠다’고만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산학협력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성추행을 당하거나, 인턴으로 일하는 도중에 회사가 없어져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2015년 한 기업에서 인턴십을 했던 B(27) 씨는 “일과 도중 여성 상사가 갑자기 뒤에서 엉덩이를 만졌다. 남자라서 이런 일은 당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너무 놀랐다”며 “학점도 얻고 일도 배울 생각으로 참여했다가 마음의 상처만 입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사립대 커뮤니티에는 한 학생이 “인턴십 한 달도 못 채우고 사장과 연락이 두절돼 월급, 학점, 지원금 그 무엇도 받지 못했다. 이런 친구들이 꽤 많더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교육부 행정규칙인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은 참여 학생에게 ‘현장실습 교육 및 실습 수행에 관한 지도를 받을 권리’ ‘현장실습 운영 계획과 다른 사항이 발생할 경우 조치받을 권리’ 등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는 학생이 성추행 등 피해를 겪었을 때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인턴십 기간에 지도교수가 산학협력 기업을 직접 방문해 프로그램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점검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이 학교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존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대학들의 설명이다. 1년에 300∼400여 명을 산학협력 인턴으로 보낸다는 한 대학 관계자는 “모든 기업을 다 방문할 순 없다”고 털어놨다.

교육부가 지난달 20일 현장점검과 수업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당 규칙을 고치는 행정예고를 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대학 측이 현장실습 운영에 대해 지도·감독을 하게 하는 내용의 개정안에도 현장점검을 최소 몇 차례 이상 해야 한다는 등 감독의 실효성을 담보할 규정이 빠졌기 때문이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