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글로벌 저유가로 인해 경제적 위기에 몰린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이 46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6일 양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오는 3월쯤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왕의 일본 방문은 1971년 파이살 전 국왕 이후 46년 만이다. 아베 총리는 1차 집권기였던 지난 2007년과 2차 집권 후인 2013년에 사우디를 방문했으며, 2013년 방문 때는 당시 황태자 신분이었던 살만 국왕과 회담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 외에도 이슬람 과격단체들의 테러 대책,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해상교통로의 안전 확보 등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또 사우디는 일본에 주재할 무관 파견을 검토하고 있어 석유에 편중된 양국의 관계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현재 일본으로 수입되는 석유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사우디산일 정도로 양국 관계는 석유 비즈니스로 얽혀 있다.

지난 2015년 압둘라 전 국왕의 사망으로 즉위한 살만 국왕은 지도층의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으며 ‘실세 왕자’인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부황태자를 통해 석유 일변도에서 탈피한 경제 다각화와 사회 근대화 등의 개혁에 착수했다. 무함마드 부황태자는 지난해 경제개혁안인 ‘비전 2030’을 통해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의 기업공개(IPO) 등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일본을 방문한 무함마드 부황태자는 일본 기업 CEO 등과 잇따라 회담하며 양국 간 경제협력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10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사장과 사우디 정부는 공동으로 최대 1000억 달러(약 116조6000억 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 사우디 측은 일본 기업이 기술이전이나 고용창출을 동반한 형태로 사우디에 진출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는 외교, 안전보장 측면에서 중동의 맹주로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중동 안보에 큰 역할을 해온 미국의 존재감이 약해지면서 일본은 사우디와의 관계 강화를 중요시하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