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대학이 등록금 인상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동결·인하를 장기화하고 있다. 0.36% 인하를 확정해 5년 연속 인하에 나선 서울대를 비롯, 25일 현재 대다수 대학이 2017학년도 등록금을 5∼7년째 인하 또는 동결을 결정했거나 곧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대학의 질(質)을 더 떨어뜨릴 뿐이다.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24일 정기총회에서 대정부 건의문을 통해 ‘대학은 반값등록금 등 재정 지원이 연계된 중첩 규제의 바다에서 허덕이고 있다’며 등록금 책정 자율화 등을 촉구한 배경도 달리 없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도 “학생, 학부모들은 아직도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을 고려해 결정해 달라”는 말로 사실상 동결·인하를 압박했다. 대학들에는 등록금 인상이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배제, 재정 지원 사업 선정 제외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위협으로 들렸기 마련이다. 대학별로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거쳐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내에서 인상할 수 있게 한 교육부 규정은 공허한 것이 현실이다. 올해 단 한 개의 대학도 최소한의 인상조차 결정하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대학의 재정난 심화는 시설 신설·보완, 교수진과 도서관 자료의 확충 등 발전을 위한 투자는커녕 교육 환경을 더 열악하게 한다.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교육부는 정부 재정 지원 사업 등을 더 이상 등록금 동결·인하의 무기로 휘둘러선 안 된다. 대학의 등록금 책정 자율화 폭을 실질적으로 크게 확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