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내라더니, 이젠 방패막이로 삼는 것이냐.”

박근혜 대통령 측에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 재판 지연을 하려는 것을 두고, 재계의 원성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23일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증인 39명을 무더기로 신청했다. 39명 가운데는 기업인 1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측 변호인은 새로 증인 채택을 신청하면서 ‘수사가 됐지만 조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증인 17명’ 가운데 황창규 KT 회장과 이중근 부영 회장 등 기업 경영인 3명을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수사가 되었고, 조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증인’ 11명 중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8명의 기업 경영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 측에서 새로 신청한 재계 인사들은 모두 수사가 이뤄진 사람들”이라며 “그런데도 또 다시 헌재 법정에 세우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재단 출연금을 내라며 압박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시간끌기용 바람막이로 기업인들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A 기업 관계자는 “청와대가 기업을 압박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내라고 강요하고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의 승마까지 지원하도록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에 탄핵심판에서까지 기업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일원 헌법재판관도 이 같은 박 대통령 측의 증인 신청에 대해 “(사실 조회 회신이 많이 도착했는데)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연락받았다는 회사 대부분은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 지원이 청와대나 대통령, 경제수석의 요청이라고 답변하고 있다”면서 “증인이 출석하면 뭐가 달라지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한편,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39명에 대한 채택 여부를 25일 결정할 예정이다.

장석범 기자 b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