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963년 김시스터즈와 함께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한 이난영(가운데) 씨. 인디라인 제공

다방의 푸른 꿈

1950∼1960년대에 활동하던 ‘원조 걸그룹’이 꾸미는 무대가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자신감에 찬 율동을 곁들이며 팝송을 자유자재로 소화해내는 모습이 활기차게 다가온다. 또 가야금, 장구, 기타,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 아이리시 백파이프 등 20개가 넘는 동서양 악기를 매끄럽게 연주하는 모습에서 프로의 향기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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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개봉하는 ‘다방의 푸른 꿈’은 1953년에 결성된 3인조 그룹 김시스터즈의 음악과 삶을 조명한 음악 다큐멘터리다. 이 다큐는 ‘목포의 눈물’을 부른 ‘국민 가수’ 고 이난영 씨와 작곡가 고 김해송 씨 부부의 두 딸인 김숙자(78) 씨, 고 김애자(1987년 작고) 씨, 그리고 조카 김민자(76·이난영의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의 딸·사진) 씨로 구성된 김시스터즈가 1959년 미국으로 건너가 CBS 인기 TV쇼인 ‘에드 설리번 쇼’를 통해 명성을 떨치는 과정을 당시 화면을 편집해 보여준다. 김시스터즈는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롤링스톤스 등이 출연한 에드 설리번 쇼에 수년간 22번이나 나섰다. 진행자인 설리번은 김시스터즈를 ‘동양에서 온 마녀’로 소개했다. 이 다큐는 또 김민자 씨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미국에서 겪은 다양한 뒷이야기도 소개한다. 이 다큐 연출자인 김대현 감독은 “‘에드 설리번 쇼’에 나온 김시스터즈의 영상을 보고, 흥겨운 노래와 율동임에도 묘한 감동이 느껴졌다”며 “이런 감정의 실체를 찾기 위해 김시스터즈의 음악 여정을 따라갔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김숙자 씨는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살고 있으며 김민자 씨는 헝가리 재즈 연주자인 남편과 함께 부다페스트에 거주하고 있다. 영화 개봉에 맞춰 방한한 김민자 씨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섯 살 때 처음 고모부(김해송)가 만든 뮤지컬 무대에 섰고, 열네 살 때쯤 고모(이난영)에게 입양돼 언니들과 김시스터즈 활동을 시작했다”며 “6·25전쟁 후 먹고살기 위해 미군 부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미국 프로모터 눈에 들어 미국으로 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영화에 나오는 쓸쓸한 옛날 사진이 내 가슴을 울렸다”고 덧붙였다.

다큐에는 김 씨가 다뉴브 강가에서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다뉴브강 다리 옆에 서 있는데 김 감독이 갑자기 ‘목포의 눈물’을 불러달라고 했다”며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 작은 소리로 ‘사공의 뱃노래…’를 부르는데 지나간 시간이 스쳐 지나가며 마음이 아파 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한국 젊은이들이 힘들게 살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 다큐를 통해 작은 소녀 세 명이 낯선 나라에 가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처럼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